한기총에 바란다
백도웅 목사(KNCC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먼저 한복협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관심 가져 준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합니다. 이 주제는 성서 말씀에 따라 ‘한 주, 한 그리스도, 한 성령’ 안에서 모든 기독교인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 주제로 KNCC 총무로서 본 모임에서 발표하게 되어 적지 않은 부담도 있습니다. 몇 년전부터 KNCC와 한기총을 하나로 하자는 것에 대한 논의가 주변에서 끊임없이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KNCC는 공식적으로 8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오고 있으며, 한기총은 지난 ·80년대 후반에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를 모체로 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왜? 한기총이 태생되었으며,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볼 때, KNCC와 한기총의 연합에 대한 주장은 적지 않은 무리수를 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필요하다면,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자기 성찰적 언급이 공식적으로 있고, 연합에 대한 목적(Purpose)과 목표(Target)가 참여단체 간에 보다 분명하고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말씀을 서두에 하면서, 본인이 ‘한기총에 바란다’란 제목 하에 무엇을 언급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 유해하는 말로 “너나 잘해”란 소리를 듣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KNCC 발전과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관한 1차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발표를 대신하겠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교회 일치와 연합운동에 대한 신학(에큐메니칼 신학, Ecumenical Theology )
‘현대 에큐메니칼(교회일치와 연합) 신학의 방향과 한국교회’란 제목의 발제에서 감신대 심광섭 교수는 “에큐메니칼 신학은 20세기 이래로 인간과 사회 및 세계의 제 문제를 분석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하게 표방해 온 신학인 만큼 전위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환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에큐메니칼 신학 역시 이런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해 주었습니다. 즉, 197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 1980년대 중반부터의 통일운동이 "이론으로부터 실천이 나온 것이 아니라 운동과 실천을 반성하기 위해, 혹은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한국 에큐메니칼 신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운동을 위한 신학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일치운동이 성서 신학적으로 내용의 핵심단어로서, 1) 인간의 존엄과 평화문제, 2)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화해, 3) 세계화/지구화에 대한 대안 제시, 4)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 5) 문화비평 혹은 예술 신학 그리고, 6) 교회 연합운동 차원에서의 선교 확산의 필요성이 과제로 던져져 있음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세계교회협의회(WCC) 창설의 공헌자인 올담(J. H. Oldham)의 말을 인용하여 "에큐메니칼 운동의 최대 관심사는 교회를 자기중심적인 경향에서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과제를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 교회를 모으는 것이다. 혹자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크리스챤의 사회운동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의 참된 과제를 재발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스도가 어떻게 우리의 평화인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은 교회의 과제“임을 강조했습니다. 본 발표자 역시 이런 신학적 정립이 KNCC든 한기총이든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기총 회원 교단이나 개 교회(local Church)도 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뚜렷한 성서 신학적 이해를 가져야 이에 대해 언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문제점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과제와 실천’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 목사님은 "먼저 에큐메니칼 운동을 바르게 전개하기 위하여 이제까지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면서 실천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면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첫째,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가 自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는 신학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실패했다. 즉,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 신학 不在. 이것이 교회 일치와 연합운동의 기본 고리입니다.
둘째, 그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이 해외 교회의 지원과 열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일치와 연합을 위한 운동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NCC를 지적하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본 발표자는 인적․물적 토대 구성의 흐름은 한기총과는 분명 다르지만, 편파적이고 독점적(domination)인 것은 같은 양상으로서, 상호 불균형적인 기구라고 봅니다.
셋째, 참 지도력(leadership)을 가진 지도자의 절대 부족입니다. 이에 대해 본 발표자는 시대를 바로 보는 하나님의 사람, 영적인 지도자라기 보다는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지도자(Leader)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지도력(Leadership) 부재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넷째, 평신도들이 활발하게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장을 넓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발표자는 현재의 목회자 중심의 일치운동은 교회의 지체로서의 균형적 공동체를 지향하지 못해 교회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섯째, 해외교회의 지원(1995년)이 끝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KNCC 총무로서 애로를 느끼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 다시 말하면 대형교회가 한기총 중심의 사업에 관심(?)을 보임으로써, 對 사회적 책임과 참여를 강조해 온 KNCC는 상대적으로 재정 압박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으로 유 목사님께서는 몇 가지안을 제시하셨습니다.
1) 에큐메니칼 신학의 확산을 위해 교단 신학교의 정규 교과목에 에큐메니칼 신학(한국교회를 위한 일치신학)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2) 교단협의체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각 교단 실무자인 총무(또는 사무총장)들과의 실무협의 수준을 높여야 하며, 회원 교단 확대를 위해 보다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지도력 강화를 위해서 에큐메니칼 활동가, 청년, 여성의 참여강화 방안을 적극 간구해야 한다.
4) 지역으로의 확산을 위해 지역협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5) 평신도 참여를 위해 신도회, 청년회를 조직하고 활동에 적극 포함시켜야 한다.
6)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펀드’를 조성하고 마련해야 한다.
•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교단간 협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단 간 일치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 그룹(예, 지역 협의회, 노회/연회, 선교단체 등)이 중심이 되는 새 네트워크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 교회의 본질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교회는 ‘민중들의 삶’(보잘것없는자 포함)에 감동과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최근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 참 교회 만들기의 과제로서는 1) 여성과 생명시각 즉, ‘평화를 이루는 교회’ 패러다임을 지향해야 하며, 2) 교회론에 대한 비전공유, 합의정신의 실천을 통해 코이노니아(koinonia)를 실현해야 합니다.
- 사업의 계획단위와 실천 단위가 가까워져야 합니다. 현재, 연합기구들의 구성인자의 편향성(남자, 목회자, 교수 등)은 극복되어야 하고, 전문적인 젊은 일꾼 양성의 필요가 요청됩니다.
- 연합운동이 특정 교단(소위 대형교단)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로 흐르거나, 자리를 배분하기 위한 퇴행적 사고에 따라 소모적 논쟁을 벌여서는 아니 됩니다.
- 개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 참여가 가능하려면 목회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 고난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교회 연합운동으로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 사회적 쟁점에 대해 성서적 접근을 시도하고 교회와 사회에 제시해야 합니다.
- 돈, 권력, 맘몬의 현실적 지배 질서에서 벗어나 모든 만물의 하나됨을 지향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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