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기도회를 마친 뒤 완산칠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효자동 안행지구 저희 전주열린문교회당 바로 앞 실내골프연습장 그물 속에 까치 새끼 한 마리가 들어가 갇힌 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 그물 속으로 들어갔는지, 가만히 보니 그물 밖으로 나오는 길을 쉬 찾지 못해 골프장 그물에 끊임없이 작은 몸을 부딪히며 애처로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실내골프장 안 비좁은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가는 힘차게 그물 쪽으로 돌진하고, 그물에 부딪치면 잠시 버둥대다 다시 날아 올라 그물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작은 새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당장에 그 까치를 붙잡아서 너른 하늘로 훠월훨 날려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처지여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발딱 잦힌 채 한동안 골프장 그물 속 어린 까치의 애처로운 몸짓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날 하루 종일, 그 까치새끼 생각에 신경이 쓰여 사무실에서 일하는 틈틈이 창 밖으로 골프연습장 그물 속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오후쯤 되어, 까치가 보이지 않아 혹시 밖으로 나갈 구멍을 제대로 찾아 제 둥지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바늘구멍 같은 억지 희망의 줄을 잇느라, 일을 하면서도 온종일 마음 한 구석이 영 개운치를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또 다시 완산칠봉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전한 궁금증 까닭에 골프연습장 울타리 옆으로 바짝 다가가 목을 길게 빼고 골프장 안 땅바닥 쪽을 살피다가 안타깝게도 저만치 싸늘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까치의 희뜩한 주검을 보았습니다. 골프장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알았더라면, 그 까치가 그토록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 길을 끝내 찾지 못하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며칠 전, 제 방을 청소하다가 방충망 바로 아래쪽 창문 문틀 바닥에 죽어 있는 큰 대추벌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한여름에 잘못 쏘이면 사람의 목숨도 앗아간다는 그 사나운 대추벌의 주검이 을씨년스럽게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골프장 안에서 죽은 까치 새끼 생각이 또 났습니다. 대추벌의 몸뚱이가 방충망 바로 아래쪽에 흉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방충망 밖으로 빤히 보이는 밝은 세상으로 다시 나가기 위해 실낱같은 목숨이 마저 끊어질 때까지, 골프장 그물로 끝없이 돌진하던 어린 까치처럼, 방충망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고통 하다가, 하염없이 숨져갔을 대추벌의 외로운 몸부림을 생각하며 한낱 곤충이지만 안쓰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한 순간 얼떨결에 들어서 버린 억압과 죽음의 자리, 그 곳을 혼자 힘으로 벗어나기 위해 죽기까지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은 빠져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허망히 죽음을 당한 미물의 몸짓에서 ‘길’을 아는 것이 곧 ‘생명’을 얻는 것임을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인생은 풀의 꽃과 같고 아침 안개와 같습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에서 보듯이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이라도 1분 뒤, 아니 단 5초 뒤에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합니다. 이렇듯 눈 먼 듯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인생의 길잡이를 제대로 만나는 것, 생명만큼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길잡이와 동행하고 계신지 자못 궁금합니다. (2004. 11. 15.)
* CBS 라디오 에세이(2004. 11. 15. 밤 11:55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CBS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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