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땅에 우리 한인 곧 고려인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지 만 140주년이 되는 올해를 푸틴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고려인의 해’로 정해 놓고 올 한해동안 러시아의 대도시를 순회하며 기념행사를 계속해 왔습니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몇 가지 기념행사에 참석함과 동시에, 그간 저희 교회가 조금씩 후원해 오던 남북나눔운동본부의 북한 돕기 씨감자사업을 돌아보기 위해 지난 추석연휴 기간을 전후하여 저희 전주열린문교회의 몇 분 교우들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스리스크 미하엘로브까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며칠 동안, 느닷없이 몰락해버린 러시아 땅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이루신 큰 일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과 사역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했습니다.
옛 고구려 땅이자 발해의 영토였던 블라디보스토크에는, 1863년 우리 고려인들이 처음 러시아 땅에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1920년대 중반까지 무려 25만여 명의 우리 동포들이 모여 나라 잃은 설움과 한을 달래며 서글프고 고달픈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는 우리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3/4에 해당하는 넓이의 비옥한 땅에 약 230만 명의 사람들만이 살고 있어 한없이 드넓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두만강을 끼고 우리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이 곳은, 역사상 고구려와 발해를 비롯 수많은 나라들의 각축 속에 지내오다가 1860년 이른 바 베이징조약에 의해 러시아 영토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두만강만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고, 중국의 하얼빈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며, 기후와 풍토 또한 우리 한반도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동포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많이 모여들던 곳이기도 합니다.
1910년 일제에게 우리 조국을 빼앗기자마자,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던 우리 고려인들은 ‘성명회’를 조직하여 국권회복을 다짐하였고, 이듬해인 1911년에는 이 성명회를 발전시킨 ‘권업회(勸業會)’를 만들어 조국광복을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70여 %가 바로 이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을 거점으로 활약했는데, 이곳에서 우리 동포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신문을 만들어 보급하고, 대한광복군 정부를 수립하여 독립군을 양성하고 독립군의 활동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른 바 ‘4월 참변’으로, 이곳을 급습한 일본군에 의해 수많은 동포들과 애국지사들이 한 많은 삶을 마감한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이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이기도 합니다. 관동대지진 사건 못지 않은 큰 참변임에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옛 터에 세워진 작은 기념탑에 지난 9월 28일 추석날 아침에 남북나눔운동본부 사무총장인 홍정길 목사를 비롯한 우리 참관단과 재외동포연합회장단,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 박사를 비롯한 여러 임원단 그리고 러시아 주재 최재근 총영사관 등이 참여하여 조촐한 기념식을 거행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마친 뒤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목이 메이게 불렀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소중한 목숨 기꺼이 바쳤던 우리 선열들의 피와 땀이 헛되지 않도록,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이 복음 안에서 속히 이루어져, 우리 한민족이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감격의 그 날이 한시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2004. 10. 4.)
* CBS 라디오 에세이(2004. 10. 4. 밤 11:55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CBS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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