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기독교인’을 떠올립니다. 이런 생각은, ‘오직 기독교인들만이 믿음을 갖고 산다’거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믿음 없이 사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아니면서도 ‘믿음’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람들마다 그 나름대로 이른 바 ‘믿는 구석’이 하나 둘 정도는 다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돈을 믿고 살고, 또 어떤 이는 권력을 믿고 살고, 또 누구는 자신의 인맥을 믿고, 또는 자기 학벌이나 재능을 믿고, 혹은 부모나 배우자나 자식들을 믿고, 또는 자신의 업적이나 능란한 처세술을 믿고 삽니다. 그러기에 이 세상에 믿음 없이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며 악착같이 덤비실 분도 있겠지만, 정말 아무 것도 믿는 것이 없는지를 알아보는 손쉬운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곧 내 마음에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정말 죽을 것 같은 것이 바로 ‘내가 믿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 없이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믿음의 대상일 것입니다. 곧 무엇을 믿느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믿음의 유무가 아니라, 내 믿음의 대상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입니다. 내가 믿는 그것이 나에게 확고부동한 구원의 능력을 영원토록 변함 없이 베풀어 줄 것인지를 치밀하게 따져 보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두 대의 케이블카가 있다고 합시다. 한 대는 안전한 것이고, 다른 한 대는 바닥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케이블 연결고리도 녹슬어 있다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안전한 케이블카에 먼저 타려고 덤빌 것입니다. 만일 자신이 이미 올라탄 케이블카에 아주 작은 문제라도 하나 드러난다면, 서둘러 거기에서 빠져 나오려고 너나없이 요란을 떨 것이 뻔합니다.
이렇듯 믿음의 대상에 따라 내 존재의 본질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면, 다시 말해서 내가 무엇을 믿기로 결단하느냐에 따라 죽고 사는 문제가 결정된다면, 적어도 내 믿음의 대상을 선택하는 문제는 처녀 총각이 배우자가 될 사람을 선택하는 일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게 다뤄야만 할 정말 치명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고통을 잠시 느끼지 못하게 돕는 진통제처럼, 그저 잠시 잠깐 내 삶을 좀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일회용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뿐만 아니라 오고 오는 세상에 나의 영원을 지탱해 줄 믿음의 대상을 서둘러 붙드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성경말씀을 통해 예수님 안에서 그 찬란한 구원의 빛을 찾았습니다만 여러분은 지금 어떠십니까? 지금 믿고 있는 것이 정말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끝까지 지탱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십니까?
당신 인생의 케이블카,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어도 정말 아무 일 없을 것인지, 이 시간 정말 정직하고 세밀하게 다시 점검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5분 뒤를 장담할 수 없는 아침 안개 같은 인생인지라, 내 삶과 생명을 온전히 맡길 내 믿음의 대상을 세밀히 살피고 따져 보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4. 8. 2.)
* CBS 라디오 에세이(2004. 8. 2. 밤 11:55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CBS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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