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3일 저녁 평양 시내 유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국민가수 조용필씨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남북나눔운동 모니터링 작업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에서 가장 멋진 최신식 건물이 바로 유경 정주영 체육관이라는 말을 북녘 동포들로부터 몇 번 들었습니다. 그들이 늘 자랑하는 평양 창광거리의 고려호텔이나 동평양과 서평양을 가르는 대동강 삼각주 안에 새로 세워진 양각도 호텔 등을 제치고 선뜻 남녘의 지원과 기술력으로 지어진 유경 정주영 체육관이 최고라고 계속 치켜세우는 말을 들으며 괜히 마음이 설렁댔던 기억이 생생한데 바로 그곳에서 조용필씨가 북녘동포들 앞에서 음악회를 연 꿈같은 현실을 또 한 번 보며 오랜 분단으로 한없이 무뎌진 가슴이 다시 설레어 옵니다. 조용필씨는, 북한 동포들이 신청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그 겨울의 찻집’ 외에 20여 곡 그리고 북쪽의 동포들과 함께 ‘황성옛터’와 2곡의 북한가요를 열창했습니다. 분단 60년 동안 싸늘한 냉전적 대립과 살벌한 적대의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하며, 북녘동포들이 즐겨 부르는 남한의 가요가 아직 있고,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함께 부를 노래가 우리 민족의 가슴에 생생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서 조국통일 민족통일의 당위성을 또 한 번 확인합니다. 평양 방문 길에 북쪽 안내원들의 입을 통해 근근히 배워온 ‘심장에 남은 사람’이라는 노래의 1절 가사 한 자락만 근근히 기억하여 가끔 콧노래로 겨우 흥얼대는 저의 무심함이 오늘따라 유난히 부끄럽습니다. 얼마 전, 저희 교회당에서 평화콘서트를 열었던 가수 홍순관 씨가, 공연 도중, “통일이 되어 남과 북이 하나되어 기쁨과 감격의 잔치를 할 때 통일민족이 마음을 합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오직 ‘동요’밖에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살면서 추하게 터득한 더러운 탐심이 배어 있지 않은 동요야말로 온 민족이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목청껏 불러도 좋을 정말 깨끗하고 맑은 노래라는 생각을 좀더 굳히게 되었습니다. 자라면서 철이 든다는 것은 곧 우리 마음 속에 세속의 때가 그만큼 많이 묻는다는 뜻이고 어린 시절의 순박함과 소박함이 그만큼 더 사라진다는 뜻일 텐데, 철이 들면서 어쩌면 우리는 그 맑고 깨끗했던 동요를 하나씩 둘씩 잃어가고, 그 고운 노래들이 잊혀지는 사이, 마음을 열고 가슴을 맞대고 한데 어우러질 소중한 기회를 덩달아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홍순관 씨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오래 생각한 끝에, 다음달 9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40분부터, 평양에서 동요콘서트를 열고 싶어하는 홍순관 씨와 굴렁쇠 아이들을 저희 교회당으로 불러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하는 동요콘서트를 CBS전북방송과 저희 전주열린문교회가 공동 주최하여 열기로 했습니다. 작지만 뜻깊은 이 행사를 통해 통일의 그 날 사랑스런 북녘동포들과 우리가 한마음으로 함께 부를 노래를 미리 챙겨 부르며 통일의 작은 꿈을 심으려 합니다. 홍순관 동요콘서트에 사랑하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5. 8. 2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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