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실제적인 요구와 표현욕구를 충족시키는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예술 또는 그 기술이 건축학이고, 이런 요구사항들을 해석하고 구조적/미학적 변수들을 복합적으로 배열하여 하나의 건축물 형태로 엮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건축가입니다. 이 때 장식의 미학적인 요인들과 구조의 실용성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는데, 이 두 가지 요소가 통합되면서 건축은 한 사회의 문화적/상징적 이상을 보여주게 됩니다.
건축물은, 사회나 개인이 요구하는 용도에 알맞아야 하며, 안정성이 있어야 하고, 형태를 통해 설계자의 꿈과 개념을 전달해야 합니다. 건물의 안정성이라는 기준은 늘 변함이 없지만, 건물의 기능에 따라 쓰임새나 설계자의 개념은 많이 달라집니다. 건축의 틀도, 쓰임새에 따라 주거건축, 종교건축, 관청건축, 휴양건축, 복지와 교육 건축, 상업과 공업 건축 등으로 결정됩니다. 공장건물에서는 개념 전달보다는 실용성이 더 강조되겠지만, 교회당이나 정부 청사 같은 건물은 실용성과 개념전달 기능이 똑같이 중요할 것입니다.
건물 터와 쓰임새, 비용이 정해지면 환경과 쓰임새를 조화시켜 건물을 설계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각 촉각 청각 등의 감각요건을 살펴 편안하면서도 호흡 등의 생리작용을 원활히 도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합니다. 천재지변도 미리 가늠하고 햇볕과 바람과 비 등의 친환경적 자연조건까지도 꼼꼼히 살피면서 건물의 안팎을 다양하게 디자인합니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건물의 기능과 활용도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동안 참으로 다양한 주거환경을 만났는데, 삶의 터에 따라 몸의 상태나 건강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건축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 예술/삶의 예술’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홍콩 시가지를 돌아보면서, 어디가나 판박이 건물들이 수두룩한 우리나라와 달리, 좁디좁은 땅모양을 잘 살려 대숲의 대나무처럼 빼곡이 들어선 고층건물들 가운데 겉모양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아름답게 세워진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과 인간의 건축물, 부분과 전체의 참으로 아기자기한 어울림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살고 계신 집 주변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내가 편리한 만큼 밖에서 그 건물을 바라보는 이웃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주면서 도시 전체의 미관에도 보탬이 되도록 예쁘게 가꿔 보십시오. 큰 돈 들이지 않더라도 어정쩡하게 남아도는 안팎의 공간에 작은 변화를 주어 생명의 아름다운 기운을 조금만 더 불어넣어 보십시오. 인간과 자연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명을 보듬고 돌보아야만 하기 때문이고, 그럴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삶의 아름다움을 풍성히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5. 7. 2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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