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다
이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꽃은
다 이쁘다.
산을 벗하는 이들에게 초여름의 평화로운 향기를 마음껏 선물하고 있는 뒷산 산자락의 밤꽃을 먼빛으로 짬짬이 바라보다가, 문득 평화콘서트를 열기 위해 우리 교회당을 방문했던 가수 홍순관 씨가 불렀던 이 동요가 생각났습니다.
이 노랫말처럼, 이 꽃 저 꽃 가릴 것 없이 정말로 꽃은 다 예쁩니다. 장미처럼 화려한 빛깔과 향기로 혼자서도 빛나는 꽃만 예쁜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꽃처럼 여겨지지도 않는 아주 작은 들꽃들도 한 데 어우러져 바람을 벗하고 벌 나비와 춤추는 모습이 여간 멋진 것이 아닙니다. 장미꽃다발을 장식할 때 흔히 쓰이는 안개꽃을 가까이 들여다보십시오. 크기도 너무 작고 향내도 거의 맡을 수 없어서 어설퍼 보이는 작은 꽃들이 무리 지어서, 화려한 장미는 도무지 흉내도 낼 수 없는 안개 같은 포근한 느낌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황홀하지 않습니까? 장미와 안개꽃이 한데 어울려 서로 보듬고 감싸며 눈부신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참으로 눈부신 사랑의 꽃 무리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화두를 굳이 던져야만 했던 까닭이 산을 산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물을 그냥 물로 보지 못하는 시대의 뒤틀린 눈 때문이었듯이, 시인이 "꽃은 다 이쁘다"는 빤한 말을 굳이 해야만 했던 이유도 꽃 한 송이에까지 인간의 추한 탐욕의 가치를 덧씌워 제멋대로 편 가르는 흐름이 가슴 아팠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조국 삼천리 방방곡곡마다 점차 검푸르게 변해 가는 초여름의 숲 그늘에 무리 지어 연노랑 또는 연녹색의 눈부신 빛깔로 대자연의 여름 화폭에 환한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아주 질 좋은 밤꿀을 만들어 내는 밤꽃 또한 예쁘기 그지없음을 깨닫기까지 저 또한 세속의 때에 절어 무딘 감성으로 50여 년 세월을 지내온 것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꽃이 다 예쁜 것은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장미를 좋아한다면서도 시든 장미는 싫어하는 것은 오직 장미가 내게 줄 수 있는 빛깔과 향기만을 좋아하는 우리의 탐욕 때문입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이 사람의 생명 또한 귀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다른 꽃들은 하나도 없이 온 세상에 장미만 가득하다면 그게 바로 지옥일 터, 똑똑하고 잘난 이들만 사는 세상은 바로 살인마 전쟁광 히틀러가 꿈꾸었던 지옥 같은 곳입니다.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늘 안고 사는 이들이 어쩌다 이미 장애인이 된 이를 함부로 멸시하는 세상, 이제껏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해오던 이 땅이 이제는 그 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탐욕을 위장해서, 순진한 애국심까지 들먹이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도 못하는 생명들을 실험실에서 함부로 죽이는 참혹한 짓을 마냥 환호하고 격려하는 이 땅의 앞날이 어떠할지를 정직하게 고민해 봐야만 할 때입니다. 초여름의 밤꽃무리처럼 모든 꽃은 다 이쁘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2005. 6. 16.)
*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낮 13: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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