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달리, 카멜레온에게는 두 개의 눈이 각기 따로 움직여 한 쪽 눈은 앞을 보면서 다른 한 쪽 눈으로는 뒤쪽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멋진 능력이 있습니다. 사물의 양면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때로 너무 빈약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으로서 미물인 카멜레온의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재주가 은근히 부러울 때가 솔직히 많습니다.
요즘 맞춤형 인간배아세포 연구로 눈부신 업적을 쌓은 황우석 박사의 이름이 유난히 빛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가슴에 쌓여온 약소민족의 깊은 한과 극히 본능적인 애국심까지 어우러져서 참으로 거대한 흥분이 우리 한반도를 감싸고 있습니다. 게다가 부시 미국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공연히 딴지를 거는 바람에 살벌한 반미감정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 연구에 잠재해 있는 위험성과 문제점을 함부로 지적하다가는 순식간에 매국노로 내몰릴 정도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인간배아’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진지한 생명윤리적 논의를 전제하고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배아'는 난자에 핵을 수정시켜서 얻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수정된 배아는, 그것을 자궁에 착상시키기만 하면 열 달 후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분명한 생명체입니다. 말하자면 이 연구는 이미 태어난 사람의 생명을 위해 출생 이전의 생명을 죽이는 것 곧 생명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살상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처럼 심각한 생명윤리적 문제가 잠재해 있기 때문에 인간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체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성과가 축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사람의 앞가슴뼈 속에 있는 골수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조직으로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고, 설령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넘겨준다 할지라도 골수제공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어서 생명윤리적인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국이 배출한 동포 과학자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지와 같은 세계유력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찬사를 듣는 일을 싫어하거나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저 또한 황 교수 때문에 민족적 자긍심이 솟구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이윤에 밝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황 교수를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현실에서, 난치병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새 삶을 열어주고 싶어하는 황 교수의 본 뜻과 달리, 이 연구에 관한 불안한 예감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현실로 나타날 높은 가능성을 봅니다. 부디 황 교수에게 카멜레온의 시각이 주어져서, 훗날,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던 알프레드 노벨의 아픔을 황우석 박사가 결코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참으로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내 동포 과학자이기 때문입니다. (2005. 6. 2.)
*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낮 13: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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