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지막 주에 홍콩충현교회(담임 양운섭 목사)의 초청을 받아 사경회를 인도하기 위해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성서유니온선교회에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묵상 자료집《매일성경》2005년 3-4월호에 저희 전주열린문교회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마침 홍콩충현교회에서 그 글을 읽고 은밀히 저희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와 나름대로 확인해 본 끝에 그야말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목사님께서 저를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날, 우리 교회 집사님 한 분이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라는 격려 메일을 보내면서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왜 ‘홍콩 갔다 왔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꼭 좀 알아오시라”는 당부를 곁들여 놓았기에, 홍콩에 도착하여 사경회를 인도하는 틈틈이, 그 곳 교우들이 정성껏 마련해 주신 식탁을 마주하며 교제할 때마다 우리 집사님이 당부하신 숙제(?)를 하느라 애썼지만 막상 그곳에 사시는 교민들의 대답 역시 제 각각, 그저 막연히 ‘우리가 지지리도 못 살던 시절 홍콩이 꿈의 도시로 생각될 때 자연스럽게 나온 얘기 아니었겠나’하는 저의 지레짐작이 얼추 맞다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홍콩공항 상공에서 내려다본 홍콩섬은 아열대의 울창한 숲 속에 초고층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모습이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현대유화처럼 한낮에도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숙소를 호텔로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요청에 따라 홍콩충현교회 김철호 집사님 댁에 며칠 간 묵을 곳을 마련해 놓으셨다기에,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아주 높은 산 정상 근처 울창한 숲 속에 있는 집사님의 아파트를 찾아가 여장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첫 눈에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빡빡한 사경회 일정 때문에 홍콩 시내에 있는 교회당과 숙소를 마냥 열심히 오가면서 달리는 차 속에서 그곳 교민들의 생활과 홍콩의 이모저모에 대해 많이 듣고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좁은 땅에 그토록 많은 초고층건물들이 들어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시간에도 교통체증이 거의 없도록 거의 대부분의 도로를 입체교차로로 만든 것이라든지, 길가에 늘어선 건물을 모두 연결해 놓아서 인도로 내려가지 않고도 한 번 들어간 건물 안에서 도로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점이라든지, 신호등을 길가에 세로로 배열하여 세워놓아서 시내를 주행하는 운전자들의 시야가 참 시원하게 트인 점, 그리고 모든 건물의 1층을 인도의 폭만큼 오목하게 파놓아서 비가 오는 날도 우산 없이 인도를 편하게 거닐 수 있게 만든 점 등이 우리나라의 도시 구조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어느 광고문구처럼, 사실 이런 것들은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그 작은 생각의 차이가 도시계획에 반영된 결과는 뜻밖에 이처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홍콩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식 합리주의의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명품’같은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마다 “홍콩 갔다 왔다”는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5. 5. 23.)
* 이광우 목사의 CBS 라디오 에세이 : 매주 목요일 낮 13: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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