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늘 또한 짙습니다. 그러기에 해 아래서 그림자가 하나도 없는 곳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유난히 밝은 빛 아래일수록 더더욱 짙은 그림자가 있는 것, 영원히 변함 없는 대자연의 법칙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디 황우석 교수 사건뿐입니까? 지난 해 이맘때쯤 나름대로 2005년 새해를 부푼 가슴으로 꿈꾸며 많이 기도하고 준비한 끝에 번듯한 새 출발을 했지만, 2006년을 코앞에 바라보는 세밑에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때 해처럼 빛나는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둡고 칙칙한 우리사회의 그림자들 역시 곳곳에 넘친 한 해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꿈꾸는 어수선한 오늘, 한해동안 우리 마음 속을 넘나들던 빛과 어두움의 자취를 차분히 정돈하는 일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일컬어 ‘빛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빛과 그늘이 늘 함께 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또한 ‘그림자의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런지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빛과 그림자의 숨막히는 엇갈림을 순간적으로 절묘하게 잡아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물사진은 말 할 것도 없고 멋들어진 풍경사진도 화면에 비쳐드는 빛과 그 빛의 반대편에 있는 그늘을 어떻게 작가의 의도대로 살려냈는가에 따라 사진의 입체감은 물론 묻어나는 감동 또한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집니다. 노출부족으로 칙칙해진 사진과 마찬가지로 과다노출로 부옇게 된 사진 또한 사물의 입체감이 사라져 아무런 맛이 없는 밋밋한 영상으로 남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뛰어난 작품이 되려면 늘 빛과 그늘의 절묘한 조화를 바탕으로 화면이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 사진만 그러하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네 삶 자락 또한 늘 빛과 그늘 사이의 그 어디쯤에서 생생하고 숨가쁜 삶의 좌표가 또렷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느 트로트 가수가 잘 노래했듯이 아무리 힘들고 어두운 삶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쨍하고 해뜰 날’은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빛없는 그늘, 그늘 없는 빛이 존재할 수 없듯이, 인생 또한 마냥 빛날 수는 없는 것이고, 그와 반대로 마르고 닳도록 어둡고 추운 시절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태양의 궤적을 따라 오전에 그늘진 곳 오후에는 볕들 듯이 우리 삶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2005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2006년 새해를 내다보면서 한해동안의 애환을 정직하게 짚어보는 것은 참 뜻깊은 일일 것입니다. 내 삶의 밝은 곳만을 살피며 부질없이 들뜨지도 말고, 어둡고 그늘졌던 순간들만을 꼬집어내어 슬픔에 종노릇하지도 말고, 빛과 그늘을 함께 살핌으로써, 잘 나온 사진처럼 내 삶의 입체감을 생생하게 되살리되, 이왕이면 따사로왔던 순간들에 조금 더 주목하며, 한해동안 은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주변의 그늘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푸근한 세밑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05. 12. 22.)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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