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우화에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 왕이 시각장애인들을 모아놓고 코끼리를 한 번씩 만져보게 한 다음 그 물체에 대한 느낌을 각 사람에게 물었는데, 각기 자기가 만져 본 부위에 따라 그 대답이 전혀 달랐다는 내용입니다. 코끼리의 상아를 만져본 이는 무와 같다고 했고, 귀를 만져본 이는 알곡을 걸러내는 기구인 키와 같다고 했고, 머리를 만져본 이는 돌과 같다고 했고, 코를 만진 이는 절굿공이와 같다 했고, 다리를 만져 본 이는 널빤지와 같다고 했고, 코끼리의 배를 만진 이는 항아리와 같다고 했고, 꼬리를 만진 이는 새끼줄과 같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끼리는 무도 아니고 키도 아니고 돌도 아니고 절굿공이도 아니고 널빤지도 항아리도 아니고 새끼줄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한다고 해서 ‘꼬끼리’라는 객관적 진실이 그리 쉽게 드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똑같은 어떤 객관적 사물에 대한 각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릴 때마다 이 우화가 자주 생각납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 자체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 그것도 사물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일방적인 견해를 다른 사람 앞에 주장하고 그것을 끝끝내 관철시키려는 데서 매우 심각한 갈등과 불화가 생기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객관적인 타당성이 아주 빈약한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만 옳다는 맹신에 사로잡혀 있을 때,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물론 그런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의 분위기는 몹시 살벌하고 어수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설교시간에 파워포인트 자료로 활용할 목적으로 저희 전주열린문교회 교회당을 카메라의 촬영각도를 몇 가지로 바꾸어가며 촬영했는데 사진자료를 정리하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교회당의 옥탑이, 옥탑정면에서 찍은 사진에는 수직으로 반듯하게 나타났지만 교회당 현관앞 건물 바로 아래쪽에서 옥탑을 올려다보며(low angle) 찍은 사진에는 옥탑부분이 약 45도 정도 위태롭게 기운 모습으로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며 카메라의 앵글 곧 촬영각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말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삐딱하게 기운 옥탑 사진을 보며 누군가가 이 건물이 잘 못 지어졌다고 벅벅 우긴다든지 그런 우격다짐에 휩쓸리는 이들이 많다고 하면 몹시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요즘 새만금사업같은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 복제문제로 여기저기서 살벌한 고함과 삿대질이 요란합니다. 겸손하고 진지하게 진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보다는 무참한 욕지거리와 무시무시한 살해협박도 서슴지 않고,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이를 걸핏하면 불순한 반역의 무리로 낙인찍는 폐쇄적인 자세로는 ‘진리와 진실의 코끼리’를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나의 시각을 끊임없이 겸손하게 점검해 보는 습성이 하루 빨리 자라나야 할 것 같습니다. (2005. 12. 8.)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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