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프로운동선수들의 몸값 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연봉이 우리 돈으로는 잘 계산도 되지 않는 1천몇백만 달러라느니 어느 구단의 어떤 선수가 몇십 억에 계약을 했느니 마느니 하는 몸값관련 기사들이 스포츠 면에 날마다 올라옵니다. 힘 좋은 젊은 시절에 힘껏 벌어서 평생 살아야만 하는 운동선수들의 처지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 몸값이 서민들의 눈에는 그림의 떡처럼 감감해 보이는 까마득히 높은 액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오죽하면 ‘스포츠 재벌’이니 뭐니 하는 용어까지 생겼겠습니까? 6년쯤 전 저희 교회 안수집사님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밤늦게 서둘러 심방 나가는 길에, 어은다리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돌진하는 음주차량에 들이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양쪽 차가 모두다 폐차되는 큰 사고였지만 가해자도 생명을 건지고 저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통원치료기간까지 합해 약 10주 정도 병원을 들락거려야만 했습니다. 가해자가 책임보험조차도 가입하지 않아서 별 수 없이 제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 뺑소니사고 항목을 적용하여 근근히 사고를 수습했습니다. 어느 용감한 목격자의 증언 덕분에 100% 가해자과실로 판결은 났지만 민사보상도 결국은 제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하게되었는데 보험사 직원은 저를 일용잡직으로 분류하여 퇴원 후 약 7주 동안 병원에 오간 택시비를 포함하여 총보상액 72만원을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주는 생활비로 지내는 목사신분이라 소득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일용직에 종사하는 분들의 기막힌 서러움을 한 번 더 체험한 것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며 쾌히 서명해 주고 고통스런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었습니다. 아무튼 옛날 노예시장 뺨칠 만큼 사람의 몸값을 흥정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적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몸값이 비싼 이들은 ‘신의 자식’이고 몸값이 헐값인 이들은 ‘어둠의 자식’으로, 같은 하늘 아래서도 전혀 딴 세상을 사는 일 또한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상식으로 굳어버렸습니다. 며칠 전 어느 재벌 회장의 막내딸이 미국 뉴욕에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 그 사건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비꼰 한겨레 만평을 보았습니다. 재벌가문 딸의 죽음에 시끌벅적한 우리 사회의 풍경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면의 한쪽 구석에 쌀시장 개방을 저지하려다 자살한 농민의 초라한 영혼이 나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힘없이 중얼거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30장 15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생명의 속전은 그 액수가 똑같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재벌가의 딸이나 농민이나, 박사나 무식쟁이나, 장애인이나 보통사람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나 이미 태어난 사람이나 생명은 똑같이 존귀하기 때문입니다. 몹시 서글프고 속상했던 그 한겨레만평같은 것이 나올 필요 전혀 없는 세상, 사람이 몸값이 아닌 생명과 인격으로 서로를 존대하는 세상은 정말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2005. 12. 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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