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제평야에 잠시 나갔다 왔습니다. 호남평야의 중심답게 아득한 지평선을 그으며 널찍하게 자리잡은 황금 들녘에서는 농부들의 마지막 가을걷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언뜻 한없이 풍요로와 보이고 평화롭기만 한 농촌마을, 그러나 도회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집들, 너른 들판에서 젊은 농부들의 모습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영 편치 못했습니다. 수확기 쌀 판로와 매입가 문제로 농민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온 나라가 진통을 겪고 있는 속 쓰리고 답답한 상황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40kg들이 1등급 조곡 한 가마의 매입가가 42,000원으로 작년의 53,000원보다 무려 21%나 내린 탓에 농가의 불만이 끝없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쌀 보관창고 부족, 열악한 판매유통망 문제 외에도, 지난 해 수매한 재고물량까지 꽤 남아 있어서 80kg들이 한 가마 가격이 작년보다 무려 3만원이나 떨어졌는데도 유통업체들은 납품가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쌀값 하락에 대한 농가의 불안심리가 극히 높아 투매에 가까운 공급과잉으로 쌀값 가격 하락 폭이 커져 쌀 농사에 생계가 달린 농민들의 분노 또한 한없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저하고 동갑내기로 올해 51 세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장 겸 회장인 빌 게이츠는, 1975년에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습니다. 1995년에는 ‘윈도우즈 95’라는 컴퓨터 운용 프로그램을 제작 발표하면서 전 세계 컴퓨터 시장을 독점하여 벌써 7-8년 이상 세계 제일의 갑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현재 빌 게이츠의 재산은 약 119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세계 2위의 갑부인 월마트 회장의 105조원보다도 무려 14조원이나 더 많은 액수입니다. 한국 최고의 갑부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전 재산은 3조 3천억 원 정도로 세계재벌순위 201위입니다. 월마트회장과의 차액만도 삼성 이건희 회장 재산의 다섯 배 가량 되니 빌 게이츠가 얼마나 돈이 많은 사람인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호남평야의 너른 지평선, 한껏 풍요롭고 평화로워야할 농촌마을마다 걸려 있는 농민시위용 현수막에 적힌 한 서린 문구들을 보면서 느닷없이 ‘컴퓨터의 제왕 빌 게이츠는 무얼 먹고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무리 컴퓨터의 제왕이라 할지라도 컴퓨터 프로그램 칩을 삶아 먹고 살 수는 없을 터, 하나님께서,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살도록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에 그도 역시 어쩔 수 없이 하루 세끼 땅에서 나는 빵과 밥을 먹고 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가장 중요한 바탕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울부짖게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수는 없습니다. 정보화산업이 발달할수록, 지구촌 곳곳에서 농업의 비중이 한없이 낮아져 앞으로는 쌀과 물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과 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정직하게 땀흘리는 우리 농부들이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국가안보 차원’에서라도 정부당국자나 국민들이 농민들의 피눈물나는 호소에 정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2005. 10. 20.)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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