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볼 때마다 늘 유년기처럼 가슴이 설렙니다. 새들의 유연한 비행과 사뿐한 앉음새는 늘 경이롭습니다. 새는 비행기의 날개와 프로펠러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날개를 상하로 움직여 비행하고 주로 꼬리를 이용해 방향을 잡으며 재빠르게 회전합니다. 새는 날개의 크기나 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날개의 깃털을 펴거나 접어 비행방향이나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합니다. 날개 전반부 또는 그 한 부분의 각도를 조절해 기체역학적 조정기능을 하기 때문에 새의 날개는 사람이 만든 비행기의 날개보다도 훨씬 정교해 얼마든지 복잡한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새들이 이 눈부신 비행술을 몸에 지니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자라면서 생명을 걸만큼 맘 졸이는 비행연습을 숱하게 한 끝에 마침내 높푸른 하늘을 훠얼훨 나는 것입니다. 미처 다 자라지 못한 깃털과 약하디 약한 날개의 힘으로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일이 어린 새들에게는 몹시 두렵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두려움과 어려움을 딛고 숱하게 되풀이되는 아슬아슬한 날갯짓 끝에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서툰 비행을 하면서 만난 성질 고약한 기류의 거친 흐름과 마침내 친숙해지기까지 허공에서 버둥대는 가냘픈 날갯짓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허공을 향해 차오르는 것 그리고 난기류 속을 위태롭게 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또 한 가지는 안전하게 목표지점에 내려앉는 것입니다. 착륙과정은, 지쳐버린 날개의 가녀린 힘 탓에 늘 배나 더한 부담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비행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 새들은 착륙과정에서 적잖은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에 사람들은 비행기를 만들어 새들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날게 되었습니다. 머나먼 유럽이나 미주지역까지 단번에 비행하는 거대한 여객기의 복잡한 조종실이나 잡다한 기기장치만 보더라도 날개 없는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이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사고가 이착륙과정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미루어 조종사 훈련과정에서 복잡한 비행기의 구조와 기능을 익히는 일 외에 이륙과 착륙과정에 얼마나 고단한 훈련과 연습이 뒤따라야만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을 향한 오르막보다 정상을 정복한 다음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내리막길이 훨씬 더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을 실감나게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상에 서로 먼저 오르려고 높이 올라채며 온 힘을 다 쏟아버린 나머지 내리막길에서 뜻밖의 사고로 실족하는 이들이 그래서 많습니다. 정상을 향해 한 걸음 더 잽싸게 다가설수록 휘청거리는 내리막길이 한 걸음 더 늘어난다는 평범한 상식에 기대어, 나의 체력과 남은 산길 그리고 해넘이 시각을 진지하게 살피며 지혜롭게 산을 오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생의 산길을 오르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귀환을 기약할 내리막길의 안전을 깊이 생각하며 산을 오르는 지혜가 정말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05. 9. 29.)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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