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까닭에, 까마득 멀게만 느껴지던 ‘생명공학’이니 뭐니 하는 말에 우리들이 어느듯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생명공학’이니 ‘복제’니 하는 말들이 거침없이 섞여 나오는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그럼에도 막상 ‘인간 배아(胚芽)’가 무엇이냐를 따지고 들어가면 썩 그럴 듯한 대답이 거의 나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의학자들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지 8주 이내의 수정란을 엠브리오(embryo)라고 부릅니다. 이 embryo를 한자어로 아이밸 배(胚), 싹 아(芽) 자를 붙여서 배아(胚芽)라고 합니다. 곧 ‘아이의 싹을 뱄다’는 뜻입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약 2주 이내의 상태는 그냥 ‘세포덩어리’라고 부릅니다. 2주가 지난 뒤부터 신체의 각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 약 6주 동안 신체의 각 기관을 분화시켜 나가고, 약 8주 뒤부터는 이미 분화된 조직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수정 후 8주 이내의 embryo 상태를 ‘인간배자’ 곧 ‘인간배아’라고 하고 8주 뒤부터는 ‘태아(胎兒)’라고 부르기로 의학자들 사이에 개념이 통일되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시장경제 체제가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몇몇 부도덕한 생명공학자들 사이에 수정된 인간배아를 사람이 아닌 단순한 세포덩어리나 학문적 연구대상이 되는 물질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못된 경향이 생겼습니다. 아직까지도 시끌짝한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논문 조작 사건은, 논문의 진위 여부, 논문에 밝혀진 줄기세포 추출 원천기술의 유무 이전에 사실은 이와같은 심각한 생명윤리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논문이 조작됐든 진짜 연구를 했든간에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가능했던 원인은, 서구사회와 달리 여성의 난자 취득과정을 포함해서 생명윤리적 기준이 너무 불투명하고 흐릿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의 느슨한 풍토에 기인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바로 그 점에 인간이 기르는 짐승이나 가축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 존엄성의 근거가 있습니다. 원래 ‘세포덩어리’니 ‘인간배아’니 뭐니 하는 용어들은, 생명을 지키려는 양심적인 의학자들이 학문적 성과를 서로 주고받기 편리하도록 고안한 고상한 소통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서운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시대의 대세가 되어, ‘교육인적자원부’라는 괴상한 정부부처의 명칭에서 보듯이 신성한 인간의 생명까지도 물질(자원)처럼 상거래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귀한 용어들이 사람의 생명을 실험실에서 멋대로 칼질하는 악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인간배아는 엄연히 생명이고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입니다. 왜냐하면, 인간배아복제 기술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인간배아 단계를 건너 뛰어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부도덕하기 그지없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그만 그치고 다 자란 사람의 몸에서 나온 성체줄기세포연구로 논의의 방향을 서둘러 틀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2006. 1. 12.)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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