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너나없이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사는 분주한 일상에, 2005년 12월 31일과 2006년 1월 1일 사이에 무슨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묵은 한 해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새로운 한 해에 대한 큰 기대와 소망으로 재빨리 바꾸어 어쩌면 또 다시 작심삼일일지도 모르는 계획들을 세웁니다. 무덤 속에 누운 사람은 달력을 볼 수 없으므로,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이처럼 까닭모를 희망에 젖어드는 것은 우리 안에 약동하는 생명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에 꽤 오랫동안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으로 시끌짝하더니 새해의 시작 역시 황우석 교수에 대해 극과 극으로 엇갈린 여론 탓에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생명에 대한 갈망’의 깊이가 그만큼 깊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시대와 역사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 본연의 욕구가, 우리 사회에서는 ‘황우석이라는 우상’으로 잠시 드러났을 뿐입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황우석 교수를 끝까지 감싸는 이들 중에도 ‘줄기세포’의 기본개념조차 거의 모르는 이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늘 자기가 ‘믿는 대로 사물을 보려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몸 속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능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한다지만 사실은, 인간의 몸에 내재된 이 생명의 능력이 좀더 효율적으로 발휘되도록 의사들이 도울 뿐 실제 치료와 회복은 몸 안에 있는 생명력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살을 째고 꿰매는 일은 의사가 하지만 꿰맨 부위가 실제로 봉합되는 과정까지 의사가 어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능분화세포’입니다. 인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가 필요한 부위에 꼭 필요한 조직만을 재생시키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세포가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설령 황우석 교수가 발표한 논문의 결과가 액면 그대로 성공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몸에 꼭 필요한 조직만을 선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에 도달하려면 짧게는 몇 십 년에서 길게는 백여 년이 더 걸려야 한다는 것을 양심적인 생명과학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기술은 영원히 개발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난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에는 갈 길이 까마득 먼 극히 초보적인 단계의 조작된 연구성과를 가지고, 마치 하반신 마비의 어느 댄스 가수가 금방 일어서서 뛰고 노래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허황된 꿈을 퍼뜨리고, 그것을 국익과 안보라는 이데올로기로 교묘하게 포장해서 온 백성을 속이고, 가뜩이나 고통스러워하는 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또 다시 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줌으로써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했다는 데 황우석 교수 사건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이래저래 상처 입은 우리 사회를 정말 평안하게 고쳐 주시는 2006년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6. 1. 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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