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가 제 1 야당의 눈부신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이번에도 너저분한 정치판에 대한 반감 탓에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습니다. 기권 또한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역사적 주체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내팽개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참여의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다스림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없어서 그랬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조금 덜 나빠 보이는 후보를 어떻게든 골라서 그 사람에게 한 표를 던져야만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야 합니다. 언젠가 어느 초등학교의 전교 학생회장에 출마한 어린이가, 학생회장이 되고 나면 선생님들의 봉급을 곱절로 올리고, 수업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민족의 통일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기사를 읽으며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턱도 없는 공약을 내세우며 유권자를 갖고노는 후보들이 적잖이 눈에 띄어 아쉬웠습니다. 지역이 크든 작든 지역의 행정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키워오지도 않은 인물들이 무슨 깜짝쇼 하듯이 느닷없이 나서서, 듣기 좋고 모양 좋은 구호란 구호는 죄다 모아다 공약이란 것을 만들고, 상대방 후보가 그럴 듯한 무슨 공약을 하나 내걸면 순식간에 그것을 베껴다 자기 공약에 끼워 넣는 유치한 짓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댔습니다. 정치판을 무슨 율동경연대회장으로 착각하는지,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다 긁어모아 아르바이트생들을 불러다 유니폼을 입혀 길거리에 줄줄이 세워 노래부르며 춤추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데 골몰하는 후보들도 참 많았습니다. 한 40여년 전 제가 어릴 적, 글자도 못 읽는 시골 노인들을 모아 놓고 고무신 한 켤레, 국밥 한 그릇으로 한 표를 홈치고 툭하면 개표 부정으로 얼룩지던 시절에 비하면 투표 분위기가 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가 꽃 피고 열매를 맺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었으나, 너무 염려스러울 정도로 정치적 도덕적 허물이 많은 특정정당에 표가 쏠린 현실이 많이 조심스럽지만, 이런 흐름과 과정 또한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한때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다가도 민심을 잃으면 한 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당선된 분들 또한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이번에 가려뽑은 일꾼들의 사역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그 책임을 함께 질 각오를 오늘부터 새롭게 해야할 것입니다. 훗날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우리 민족사의 흐름을 정말 복되고 아름답게 바꾸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당선된 분들은 내걸었던 약속을 꼭 지켜 주시고, 낙선하신 분들도 부디 새로운 용기를 내 주시기 바랍니다. (2006. 6. 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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