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스승의 날 휴일 덕분에 모처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순창 강천산에 나가 한나절 바깥바람을 쐴 기회가 있었습니다. 신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숲 언저리, 좀 발빠르게 녹음을 챙겨 두른 짙푸른 나뭇잎 사이사이 이름도 모를 초여름 꽃무리들이 점점이 박혀 과연 “호남의 금강”이라는 별명을 얻은 산답게 고운 풍경,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몇 장 찍었습니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한 오랜만의 나들이 기회가 주어져서 좋긴 했지만, 스승의 날 교사나 학생이나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쉬게 된 으지짠한 이유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범대학을 나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10년 간 제자들을 키우다가 30대 후반에 길이 바뀌어 목사로 살아가고는 있지만,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에서 성경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무언가를 가르치는 길을 빠듯이 걷고 있는 저의 처지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많은 선생님들의 참 고마운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그 분들의 인격적 미숙함 때문에 어린 제자에게 평생 씻지 못할 아픔과 상처를 남긴 분들도 어쩌다 한 두분 계셨지만, 그마저도 하나님께서 저를 다듬어 가시는 과정에서 저를 가르치시기 위해 세워주신 어른들이었다는 것만은 도무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살다 보니 자상하시고 친절하셨던 선생님들보다는 어쩌다 한두 분, 어린 마음에 아픔을 주셨던 분들의 반면교사 역할이 저를 훨씬 더 야무지게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느껴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 50이 넘어 이제는 까마득 높고 커 보였던 스승들과 함께 늙어 가는 처지가 되었으면서도, 선생님 앞에 서면 여전히 마음이 설레고 몸가짐이 조심스럽기만 한데, 부모 자식의 관계만큼이나 커다란 무게로 다가오곤 했던 스승과 제자의 아름답고 소중한 관계조차 오로지 지저분한 몇 푼 돈으로만 끝없이 환산하다가 마침내 뜻밖의 휴일 하루를 늘리는 일로 해법을 찾는 극히 단세포적인 일 처리의 치졸함 때문에 속이 상했습니다. 지금은 별로 눈에 안 띄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를 몰아 주행하다보면 길가에 푸른 색 웃옷에 하얀 바가지모자를 씌운 형상으로 교통경찰관 모형을 만들어 세워놓은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단속이 좀 뜸하다 싶으면 슬금슬금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처럼 치사한 방법으로 국민들을 통제하려 드는 행정가들의 으지짠한 생각이 저는 더 한심했습니다. 가을 들판에 허수아비를 세워 참새를 쫓듯, 교통경찰관 인형으로 온 백성을 참새 취급하는 듯하여 그 곁을 지날 때마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는데 이번 스승의 날에도 종일 엇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학교를 쉬면 뇌물성 촌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짧은 생각으로, 그때그때 손쉬운 대증처방을 찾기 위해 마음을 쓰는 사이, 정말 뼛속 깊이 새겨야할 스승과 제자 사이의 아름다운 정까지 허망히 땅에 묻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몹시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2006. 5. 18.)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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