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3년여에 걸친 피비린내 나는 한국전쟁을 겪은 뒤 많은 어린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그 때 태어난 사람들이 저와 같은 또래의 50대들입니다. 나라의 형편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집집마다 경쟁이나 하듯 아이를 낳자 정부에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 아래, 가문의 대를 이을 사내아이를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아이를 낳거나, 딸아이로 짐작되면 무조건 낙태를 시키는 못된 습속을 무너뜨리려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 무렵 웬만한 집은 모두 다 대여섯 명의 자녀들이 있었습니다. 전쟁 직후세대인 저에게도 하나님께서 그동안 네 아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이 아직 위세를 떨치고 있던 시절에 셋째와 넷째를 낳는 바람에 이 아이들은 출생 시에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여 산부인과에 꽤 비싼 병원비를 물었습니다. 그랬는데, 급격하게 세력을 얻어 가는 개인주의와 독신주의의 영향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거의 꼴찌를 달리고 있어서 이대로 갈 경우 2090년 무렵에는 우리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하는 인구전문가도 있습니다. 산아제한 정책을 강도 높게 펼치던 정부가 적극 나서서 열심히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 번 굳어지기 시작한 출산기피 풍조는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정부의 인구정책이 이렇게 극에서 극으로 뒤바뀌는 현실이 그저 어리벙벙할 뿐입니다. 늦깎이 결혼율의 증가 그리고 출산기피 현상의 후유증으로 지난 날 정부차원에서 그토록 달성하기 원하는 핵가족화가 이루어져서 요즘은 각 가정마다 자녀들이 많으면 둘, 적으면 달랑 하나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한결같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자녀들이 나눠가질 뻔했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한 자녀가 몽땅 독차지하며 사는 경우가 많고, 그래 그런지 요즘은 대학생들 중에도 응석받이가 많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다 자라서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마마보이 파파보이로 엉거주춤 서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한 가정에 자녀 둘씩만 낳더라도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한 가정에 한 자녀만 두도록 법을 정하여 시행한 결과 각 가정의 외동아들들이 가정의 작은 황제 곧 ‘소황제’로 군림하게 되었고 이것이 중국사회의 기반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우리 사회 역시 어느덧 ‘소황제’들의 나라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모인 공공장소에 가보면, 부모를 이겨먹는 아이들, 안하무인 천방지축인 제 자식을 어쩌지 못해 쩔쩔매는 젊은 부모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앞으로는 소황제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여럿이 함께 잘사는 법을 가르치는 달로 바꿔야만 할 것 같습니다. (2006. 5. 3.)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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