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9일, 남한측 대북협력민간인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홍정길 목사님, 남북나눔운동본부 본부장 신명철 장로님, 사무국장 윤환철 형제님과 함께 북한측 민간인경제협력연합회[민경협] 리영호 총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못자리용 비닐을 인도하기 위해 개성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대북 민간지원물품을 주로 배에 실어 남포항으로 보냈습니다만, 이번에 힘든 줄다리기 협상 끝에 남북 민간교류사상 최초로 남측 대표단이 지원물품을 직접 가지고 육로로 개성에 가서 북측에 지원물품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남측에서 전달한 비닐은 총 3천만 평방 미터였는데, 저는 그 중에 1차분을 인도하는 과정에 동참하여 그 날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개성시 봉동역 구내에서 한 나절 동안 찬바람과 싸우며 비닐 하역작업을 지켜보았습니다. 몇 년 전, 역시 남북나눔운동본부와 함께 지원물품 분배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길에 베이징과 심양에 들렀는데 시내 곳곳에 설치된 우리 대기업의 영업소와 대형간판을 보며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몹시 찜찜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성과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땅값이 싸고 인건비가 적게 드는 중국으로 기업들이 죄다 빠져 나오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대학을 나오고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쉽게 찾지 못하여 그야말로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직업훈련소로 끊임없이 전락하는 엄연한 현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막 나오기 시작한 때여서 모쪼록 남북합작의 개성공단이 꼭 성공하고 활성화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중국까지 오가는 물류비용을 줄이기만 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북측의 토지와 인력 그리고 남측의 자본과 기술력이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만 있다면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눈부신 기대치 때문에 이번에 비닐을 인도하기 위해 개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없이 설레기만 했습니다. 요즘 같은 다인종국가 시대에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남북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에게 “우리 민족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꼭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비용이 꽤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분단상황 때문에 정권안보차원에서 일어난 숱한 인권유린은 둘째치고 라도, 남과 북이 지난 수십 년간 군비 경쟁에 쏟아 부은 분단유지비용만으로도 통일비용보다는 훨씬 많은 돈이 이미 들어갔고, 그러기에 통일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차액은 점점 더 커져 이른 바 국익에도 전혀 보탬이 안되기 때문이고, 기성세대의 마음고생을 우리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남포항으로 보내준 비닐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북녘에 풍년이 들었다하여 흐뭇했는데, 이번에 남녘 동포들이 정성껏 보낸 못자리용 비닐에 담긴 훈훈한 형제애로 훨씬 더 풍성한 올 가을걷이가 되게 해주시라고 포은 선생의 충혼이 깃든 선죽교 위에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했습니다.(2006.4.20.)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