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절기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고난주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로부터 거꾸로 40일을 셈하여 올라간 날부터 사순절이라 하고 사순절의 마지막 한 주간을 고난주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평화의 왕으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유월절 축하잔치에 온 사람들이 자기들의 겉옷을 벗어 예수님이 행진하시는 길에 깔고 손애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며 호산나 노래를 불렀던 날을 기념하여 종려주일로 지킵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달동네 나사렛 출신 예수님을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목메게 환호하며 환영하던 유대 군중들이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사실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마치 수양버들 가지 사이를 춤추는 바람결처럼 얼마나 변화무쌍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기야 예수님의 입성 가도에 늘어선 유대인들의 손에 손에 종려나무 가지가 들려 있던 사실에서 예수님에 대한 허망한 변심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 당시, 헬라문화권에서 종려나무는 늘 '애국심'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시대의 동전에 종려나무 문양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유대군중들의 손에 들렸던 종려나무가지는 말하자면 우리나라 붉은 악마의 손에 들린 태극기나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방인들의 오랜 식민통치에 고통을 당하며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있던 선민 유대인들은 예수님에게 자기들을 식민통치하고 있는 로마제국을 쳐부수고 다윗의 왕국을 번듯하게 재건해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들의 그런 소망이 그들 손에 굳게 들린 종려나무 가지에 응축되어 있었던 것이고, 많은 난치병자를 말씀으로 고치고, 죽은 자를 살려내고, 거친 풍랑을 잠잠케 하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무려 이 만명 가까운 사람들을 먹인 예수님의 그 신통한 능력으로 로마제국을 쳐부수어 선민 이스라엘 나라를 멋지게 회복시켜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희망이 그들의 소원대로 성취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순간에 마음을 바꿔 열혈투사 강도두목 바라바 대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 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성자 예수님을 대신 죽여 모든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구원사역이 완성되었습니다. 세상살이의 유형을, 나 살려고 너 죽이는 형, 너죽고 나죽자 형, 그리고 말없이 십자가를 지고 우리 죄를 대신 감당하신 예수님처럼 내가 죽어 너를 살리는 형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활의 소망을 되다짐하는 고난주간, 교회당 건물마다 어김없이 달려있는 십자가 형틀은 우리 모두에게 썩어 문드러진 지옥 같은 힘의 철학을 완전히 바꿀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힘으로, 남을 짓밟고 남의 것을 빼앗기보다는, 남을 돕고 섬기고 사랑하고 살리기 위해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고 죽을 각오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천국이기 때문입니다.(2006. 4. 13.)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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