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방에 나들이를 가서 책꽂이에 빼곡이 꼽힌 책들을 훑어보다가, '사람들을 웃기는 방법' 또는 '유머 학습법'에 관한 책제목들이 눈에 들어와 쓴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말에, 너나없이 어떻게든 웃으며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의 욕구에 기대어 돈 좀 벌자는 속셈이 적잖이 깔려 있으리라는 지레짐작에서 그런 쓴웃음이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저질 코미디프로그램이나 개그처럼 괴상 망측한 복장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열심히 보이고 누군가가 만들어 써먹은 농담을 열심히 메모하고 기억하여 그것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한다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소재라도 말하는 이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다른 것을 보면 누군가를 한껏 웃게 만드는 일이 그저 책 몇 권 읽고 배워서 되는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운동 삼아 산행을 종종 하는데, 이른 아침 산 정상 근처 평지에 모여서 체조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몸을 단련하는 분들이 한데 모여서 3분 또는 5분씩 허리를 잔뜩 젖히고 크게 웃는 연습을 하는 희한한 풍경을 지켜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확신 속에 심호흡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왁자하게 억지 너털웃음을 웃는 묘한 몸짓을 보면서 정말 고맙게도 배꼽이 빠질 듯이 신나게 웃고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허리를 잔뜩 젖히고 큰 소리로 그런 억지 웃음을 웃음으로 몸의 여러 근육과 세포가 그냥 편안한 자세로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 할 것이므로 아무튼 건강에 도움은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게 억지로 웃는 바로 그 웃음 때문에 그 분들의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빛은 어둠을 뚫고 나옵니다. 그림자를 보면 빛을 짐작할 수 있듯이, 모든 기쁨은 슬픔 끝에 있고 슬픔 또한 큰 기쁨에 잇대어 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웃음은 웃음에서 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웃음에 관한 책 몇 권 읽고 그 내용을 달달 외우고 연습한다고 남을 잘 웃기거나 잘 웃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웃음에서 웃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은 결국 울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웃으려면 그래서 많이 울어야 합니다. 슬픔으로 눈이 축축이 젖어 있는 사람들이 남을 잘 웃길 수 있습니다. 웃음은 결국 우리 '마음의 여유'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울부짖지 않고는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삶의 낮은 자리에 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인생의 밑바닥을 처절하게 기면서 한없이 낮아져본 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처지와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은 감당치 못하는 힘겨운 순간에도 그 마음의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며 '마음의 여유'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유로움에서 아주 자연스런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마음이 가난한 자가 천국을 물려받는 진짜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 뜻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내일 웃으며 살 수 있도록, 눈물나는 오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시다.(2006. 4. 6.)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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