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는 어느 사진 작가분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꽤 오래 전에 친한 친구로부터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서 도와 주었는데, 얼마쯤 후에 그 친구가 또 이삿짐을 날라 달라해서 가서 보니, 지난 번 이사할 때 유난히 소중하게 다루던 작은 사진 액자를 여전히 애지중지 몹시 조심스럽게 다루며 새 집에 들어가서는 거실에서 제일 잘 보이고 좋은 자리에 그 액자를 무던히 정성스럽게 잘 모셔 두는 모습을 보았다 합니다. 그리 잘 찍은 사진도 아닌데 그걸 그렇게 귀히 다루는 모습이 하도 이상해서,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액자인가 싶어 조심스럽게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십수 년 전에 아주 비싼 값으로 사들여 놓은 사진이라서 그런다는 뜻밖의 대답을 하더랍니다. 사진 작가님은 그 이야기 끝에, 내가 찍어 주는 사진을 누군가가 정말 소중히 간직하기를 바란다면 절대로 사진을 거저 주지 말라는 묘한 말 한 마디를 더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손때가 묻고 정성과 사랑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스며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습성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도, 이십여 년 전 우리 둘째 딸아이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1천 5백 원을 주고 아내가 사온 행운목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둘째가 벌써 대학교 3학년이고 시집갈 나이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이제는 너무 노쇠해서 이파리의 색깔이 칙칙하기 그지없는 그 행운목 화분을 아예 우리 가족의 하나로 귀히 여기며 거실 장식장 위에 놓아두고 삽니다. 우리가 아끼고 귀히 여기는 것들이 옷이든 신발이든 아니면 소소한 살림살이나 취미활동의 도구든 간에, 그것들이 나와 함께 한 시간의 길이만큼, 거기에 쏟아 부은 시간과 정열만큼 그것에 더 애착을 갖게 되기 마련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것과 똑같거나 아니면 훨씬 더 좋은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음에도 낯설기 그지없는 새 것에 익숙해지는 수고를 하느니 차라리 몸에 익은 것들을 잘 매만져 오래 쓰는 것을 더 편안해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저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어디 물건만 그러겠습니까? 집에서 기르는 짐승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나 친한 친구, 결혼하여 함께 사는 아내나 남편, 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이쁜 새끼들까지, 우리 곁 가장 가까이에 두고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다 우리들의 삶과 사랑과 정열과 시간과 물질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존재들입니다. 개인의 삶 혹은 각 가정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여러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애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공동체에 대한 애정, 그 공동체에 대한 살가운 감정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남몰래 쏟아 부은 땀과 눈물과 정성이 많을수록 더 깊어지는 법입니다. 사랑하고 헌신하는 만큼 사랑의 깊이가 더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목숨 걸고 사랑해 보십시오. 더 큰 사랑의 열매를 반드시 풍성하게 거두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07. 3. 29.)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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