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사는 인간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해서 이해합니다. 과거는 말 그대로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입니다.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인간에게 없는 것처럼, 오지 않은 시간을 끌어당겨 누릴 수 있는 재주 또한 인간에게는 없습니다. 결국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간은 ‘현재’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은 바람결 같아서 현재라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이미 저만큼 흘러가 버린 과거가 되고 맙니다. 결국 인생은 ‘현재’라는 극히 짧은 순간들이 무한히 많이 모여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시간의 수평선 위에서 이루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인 것입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기 삶의 자리에서 꼼질꼼질 무슨 일을 하며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갑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에 시간과 청춘과 재능과 돈과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쏟아 부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쏟아 부으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 자체가 ‘헌신’입니다. 물론 각 사람이 헌신하는 대상은 서로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인사는 만사”라고 했듯이 몸담고 밥 벌어먹고 사는 모든 직장에서 어떤 직원을 어떻게 뽑아 쓰느냐에 그 일터의 사활이 좌우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직장이나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사람을 뽑아 쓸 때 나름대로 인선 기준이 있겠지만 한 마디로 정말 헌신적인 사람을 가려내려는 점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헌신에는, 세 가지 시제가 있습니다. 곧 과거형 헌신, 현재형 헌신, 미래형 헌신의 세 가지로 그 시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 똑같이 헌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이 세 가지 가운데 현재형 헌신 하나만 참된 헌신이고 나머지 둘은 가짜입니다. 이 두 가지 사이비헌신은 그 자체가 거짓일 뿐 아니라 지극히 기만적인 요소가 많아 몹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과거형 헌신을 잘 하는 이들은 늘 “아, 그 때 그것을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라는 탄식조의 말을 즐겨 씁니다. 그 당시에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던 삶의 중요한 원칙을 무참히 짓밟으며 모든 이익을 실컷 누리고는 뒤늦게 멋진 명분까지 갖추려는 아주 치사한 태도입니다. 미래형 헌신은, 어떤 조건을 내걸고 “무엇 무엇을 끝낸 다음에는 배나 더 잘 하겠다”는 말로 미래의 헌신을 호기 있게 장담하는 태도입니다. 문제는, 약속한 미래의 시간이 확실히 주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헌신은, 현재형 헌신 밖에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사람만이 참 헌신자입니다. 현재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삶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 마침내 한평생 한결같이 헌신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일이 무엇이든,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의 헌신자인지, 혹시 사이비 헌신자는 아닌지, 정직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2007. 04. 0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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