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늘 사용하는 부분은 계속 탄탄해지지만 쓰지 않는 기관의 기능은 점차로 떨어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 자체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근육에 고통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해서 몸을 관리하고 돌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너나없이 잘 알면서도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오랜 시간 스스로 몸의 어떤 부위에 부담을 주는 일이 몹시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히 먹고 쉬고 놀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은행원이 될 꿈을 안고 살았던 고등학교 1학년말에 저는 주산 2단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주산 유단자가 되려면 암산능력을 인정받아야만 합니다. 그때만 해도 요즘 같은 전자계산기가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원이 되기 위해서는 복식부기와 주산 능력이 꼭 필요했습니다. 모든 현금 입출 상황을 전부 손으로 일일이 장부에 적고, 전표를 만들고, 하루 영업이 끝나 은행 문을 닫은 오후 5시부터 하루 출납현황표의 수입과 지출이 완전히 맞아떨어질 때까지 은행직원들은 퇴근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자계산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은행원이 되는 데 주산이나 암산 능력이 별 필요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암산을 안 하다보니 요즘은 몇 안 되는 숫자를 가지고도 헤매다가 혼자 쑥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하시는 분들은 고객들의 주요 전화번호를 수백 개, 많은 분들은 천여 개까지 외우고 다녔습니다. 지역 전화국의 교환원들은 거주지 안 거의 모든 전화번호를 환히 꿰고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들고 다니는 이동전화기에 천 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입력시켜 그것에 의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심할 경우 가족들의 전화번호까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습니다. 위성통신이 발달하면서 웬만한 운전자는 하나씩 갖고 있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꽤 밝던 길눈이 점차로 어두워지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예전엔 한 번만 지나가도 환히 알던 길을, 요즘은 몇 번을 지나다니고도 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에 자주 빠집니다. 망원경도 현미경도 비행기도 자동차도 전화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살던 옛날 분들은 그런 점에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예지력이나 직관력이 우리들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수천 년 전에 날씨와 별자리를 깊이 들여다보고 만들어낸 음력 달력이 계절의 변화에 훨씬 잘 들어맞는 것을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뛰어난 문명의 도구 몇 가지가 더 있다고 해서 우리 시대가 옛날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은 너무 교만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메일이 아니라, 단 몇 줄이라도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아들면 더 깊은 감동이 오는 이유, 출근 전 또는 퇴근 후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성능 좋은 기계와 적절한 거리를 조금 더 두고 사는 것, 사람답게 사는 지름길일 것 같습니다. (2007. 2. 8.)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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