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는 여러 기관과 지체가 있습니다. 모양이나 위치 크기나 역할이 각기 다른 기관들이 모여 하나의 몸을 이룹니다. 눈과 귀와 콧구멍은 두 개면 되고, 머리와 입은 하나면 됩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그 분의 거룩한 형상을 심어 사람을 만드실 때 몸에 꼭 필요한 기관과 지체들을 꼭 필요한 만큼 만들어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몸이 몸으로서 제 기능을 바르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 지체들이 각기 제 자리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성실하게 감당해야만 합니다. 눈이 세 개, 입이 두 개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등 한복판에 팔이 하나쯤 더 돋아 나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다리가 두어 개 더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럴 경우 이런 지체나 기관들이 한두 개 모자라는 것 이상으로 불편한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우리 몸을 만들어 주신 사실만큼 고맙고 감사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온 몸에 눈만 가득 달려 있고 다른 기관은 없다든지, 온 몸에 입이 곳곳에 붙어 있고 그것이 더 있는 만큼 다른 기관이 모자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사람이 아닌 괴물로 여길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유행을 잘 타는 족속도 드문 듯합니다. 어떤 이가 무얼해서 돈을 좀 벌었네 하면 너나없이 그 길로 몰려가고, 또 어떤 이가 어떻게 해서 무얼 좀 잘하게 되었다하면 아무 생각 없이 우르르 그 쪽으로 떼 뭉쳐 몰려듭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이나 자부심이나 긍지도 없이 이리 몰리고 저리 뭉쳐 다니며 참으로 부질없는 북새통을 잘도 이룹니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아주 독특한 역할과 기능이 있을 터인데, 미처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시세의 흐름과 유행의 바람을 따라 바람에 날리는 겨처럼 너나없이 열심히 다른 이들의 눈치나 살피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끊임없이 누군가의 흉내만을 내며 한 평생 사는 탓에 각 사람의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개성과 재능이 순식간에 오래 된 박물관의 박제처럼 굳어져 버리고 맙니다. 돌담을 볼 때마다 참으로 벅찬 감동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큰 돌, 작은 돌들이 어쩌면 그렇게 꼭 있어야할 자리에 제대로 박혀서 크고 튼실한 울타리를 만드는 지,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큰돌이 작은 돌 자리에 들어갈 수 없고, 작은 돌이 큰돌의 역할을 할 수도 없습니다. 큰돌은 큰돌대로, 작은 돌은 작은 돌대로 꼭 있어야할 자리에서 꼭 해야할 역할을 잘 감당함으로 비바람 눈보라 속 천 년의 세월을 능히 견딜 힘을 얻습니다. 내 분수에 맞는 내 일을 팽개치고 부질없이 남의 길이나 평생 기웃거리며 금싸라기 같은 세월을 허송하기보다,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당당한 자부심으로 내가 해야할 작은 역할을 성실히 감당함으로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2007. 02. 0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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