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말년에 몸조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도대체 이 말의 뜻을 잘 알지 못했고, 실제로 제대할 무렵이 되기까지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를 두어 달 앞두고 했던 마지막 낙하훈련에서 동기생들이 뜻밖에 줄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렴풋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중상은 아니었지만, 꽤 여러 날 동안 부상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동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혼자 종합한 결과, 공수기본교육을 받을 때 몸에 익혔던 낙하기본수칙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에 그런 일이 벌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경력만 믿고 자만한 나머지 기본수칙을 가볍게 여기다가 터무니없는 부상을 당했던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4강에 들었을 때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 마치 월드컵 우승이나 한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미 수십 번 되풀이해서 본 닳고닳은 화면을 지금도 틈만 나면 방송사에서 재방송할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당시, 내친 김에 준우승이나 우승을 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저 또한 당시 독일과의 4강전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있습니다. 그처럼 과분한 욕심을 냈던 이유는 우리 팀의 기량이나 전력으로 보아 4강권에 진입할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축구에 관한 한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처지이지만, 제가 보기에 우리 축구의 문제점은 골 결정력이 결코 아닙니다. 골 결정력만 생기면 당장 세계 강호의 대열에 쉽게 합류할 수 있을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그 골 결정력이란 것이 축구의 기본기와 깊숙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골 결정 능력이 말처럼 그리 쉽게 올라가고 내려갈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어린이 축구 클럽에 들어가 천연잔디 구장에서 축구의 기본기를 아주 탄탄하게 몸에 익히면서 성장한 유럽권 선수들과, 행여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뜻밖에 끝날까 늘 마음 졸이며, 맨 땅바닥에서 제대로 된 슬라이딩 기술 한 번 익히지 못한 채, 축구의 기본정신이나 기본기술보다는 어떻게든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대학진학 허가증을 받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점수 따는 기술’만을 일찌감치 익혀온 우리 선수들이, 서구 선수들의 몸에 익숙한 잔디구장에서 맞붙었을 때 같은 기량일지라도 이미 몇 수 접히고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런 경기에서 이겨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너무 무모한 꿈일 수 있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독일에 처음 갔을 때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런 기본기의 차이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래서 그가 유소년 축구 클럽에 그토록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어디 운동경기만 그러겠습니까? 우리네 삶 자체가, 삶의 기본이 전혀 튼실하지 못한 채 얄팍한 처세의 기술에만 능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에게까지 뜻밖의 큰 아픔과 슬픔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이가 별로 없어 세상이 이토록 어둡고 추한 것 아니겠습니까?(2007. 01. 2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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