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 각 언론사에서 선정한 국내외 10대 뉴스를 눈여겨보았는데 언론사마다 각기 조금씩의 시각 차이가 있긴 했어도 대체로 예닐곱 가지는 같았습니다. 한 해 동안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딱 열 가지만 골라 ‘10대 뉴스’로 정하는 작업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게 선정된 10가지 정도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닐 터이지만, 아무튼 그 10대 뉴스를 통해 나라 안팎 세상 물정을 얼추 가늠해 보곤 합니다. 숱하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 가운데, 슬픈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을 것이며, 가슴 벅찬 감격을 안겨 주는 일도 있고 숨막힐 정도로 우리 가슴을 짓눌러 오는 답답한 일들도 있을 것이지만,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에 앞서 간다는 언론사들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통해 한해 동안 세상의 흐름을 비교적 손쉽게 간추려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흐름, 시대의 의사소통 코드를 분명히 파악하고 익히지 못하면 교회가 세상에서 마땅히 감당해야만 할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세속적 코드를 비교적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10대 뉴스를 해마다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단 열 가지 뉴스 가운데에도 밝고 긍정적인 뉴스가 있는가 하면, 몹시 어둡고 착잡한 뉴스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습니다. 지난 2006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국내외 10대 뉴스 목록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밝고 기쁘고 즐거운 소식보다는 어둡고 안타깝고 서글픈 뉴스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한해동안 지구촌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두렵고 안타까운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굵직한 뉴스 가운데 어둡고 슬픈 것들이 차츰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과학과 문명이 이렇게 눈부시게 발달하고, 단 1-20년 만에 과거 인류역사상 수백 년 동안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문명의 진보가 우리네 삶 구석구석에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학기술과 최신 문명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뚜렷하게 실패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감당 못할 정도로 가속도가 붙어버린 삶의 흐름은, 정말 차분히 문제의 근원을 되짚어 보고 그 원인을 차분히 제거하여 보다 더 의미 있는 출발을 도무지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속한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혹시 언론사에서 발표한 10대 뉴스처럼, 삶에 짙은 영향을 미친 굵직한 사건들 가운데 슬프고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 속 상한 일들이 기쁘고 가슴 뿌듯하고 흐뭇하고 보람된 일들보다 더 많지는 않으셨습니까? 2007년 새해 첫들머리에서 그 원인을 차분히 되짚어 보고, 적어도 2007년 연말에 꼽는 10대 뉴스에는 보다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들이 반 이상은 들어갈 수 있도록 삶의 고삐를 좀더 튼실하게 다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될 때 우리들 개개인도 행복하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도 밝고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2007. 1. 1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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