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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모든 일이 기한이 있고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구약성경 전도서 3장에 있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의미에서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고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출발입니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오면서 우리들은 묵은 시간과도 이별했습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한 묶음의 시간과 이별했기에 큰 소망과 기쁨의 새 날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남은 이렇듯 언제나 가슴 설레고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헤어짐은 늘 우리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와 아쉬움을 남깁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 언젠가 큰 기쁨과 즐거움 속에 만났던 모든 것들은 얼마 뒤 이별의 아픔 속에 우리 곁을 떠날 것입니다. 그것들이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것들 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별 것 아닌 사물들과의 이별조차 쓸쓸할진대 사람이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가슴 아플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 몇 십 배 아니 몇 백배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임을 50여 년의 세상살이를 통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헤어짐의 슬픔과 아픔이, 서로 만나 함께 한 세월 속에 누렸던 기쁨을 한 순간에 덮어버릴 수도 있을 만큼 클 수도 있습니다.
흔히 이별을, 특별히 정해진 어떤 때에 우리 만남의 방문 밖에서 점잖게 노크를 하고 정장을 한 채 그것이 들어와 정중한 인사와 번듯한 송별식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우리들의 희망사항일 뿐 인생의 규칙은 아닙니다. 이별의 날이 정해져 있고 그런 식으로 정해진 절차를 따라 이별해야 한다면, 만남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조차도 하루하루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두려움 속에 평생 살아야만 한다면, 인생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내가 죽을 날, 죽을 자리, 죽는 방식을 자세히 알고 살아야 한다면 그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비록 '오늘'이 될 지도 모르지만, 뜻밖의 순간, 뜻밖의 자리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이 땅의 모든 것과 이별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서 정말 '느닷없는' 이별을 하며 사는 것은 큰 복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일에 때가 있습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지금 누리고 있는 만남, 사랑하는 짝꿍과 부모형제와 친구들과의 모든 만남이 바로 오늘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덜 가슴 아픈 이별이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성실과 정직으로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2007. 1. 4.)
* CBS전북 '5분 메시지' 방송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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