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약속이 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우정에 금이 갑니다. 자식과의 약속을 어기면 존경이 사라집니다. 기업과의 약속을 어기면 거래가 끊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메모를 해가며 약속을 지킵니다. 하지만, 꼭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약속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에, 그리고 그때그때 쉽게 스스로를 용서해주기에,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엔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나를 못 믿는다면 세상엔, 나를 믿어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맨 먼저 지키십시오.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약속인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한국기독사진가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존경하는 어느 사모님께서 옮겨놓으신 글입니다. 글을 새겨 읽으면서 마음 한쪽이 축축해짐을 느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약속인 저 자신과의 약속을 올 한 해도 성실하게 지키지 못한 것들이 몇 가지 생각나서였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작년 연말의 다이어리를 펼쳤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들을 하나 둘 확인해 나가면서 책상 앞에서 혼자 끊임없이 얼굴을 붉혀야 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공동체 앞에 이러 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약속은 그럭저럭 지킨 것 같은데, ‘올 한 해는 이러이러한 것을 꼭 하자’고 저 자신에게 다짐했던 것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자기 몸을 잘 추스린 뒤에 집안을 단속하고, 집안단속을 잘 한 다음에 나랏일을 하고, 나랏일을 무난히 감당한 뒤에야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옛 어르신들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교회공동체는커녕 가장으로서 집안도 제대로 이끌 자격이 없다는 것이 너무 허망하게 드러나 버려서 몹시 난감했습니다. 자기 혼자 자기에게 한 약속은 그렇다 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하고, 아예 지킬 마음이 없는 약속을 은밀한 속셈을 따라 으시딱딱하게 하여 실속을 챙기고, 볼장 다 본 다음에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는 사람들이 활개치는 한 세상은 어둡고 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호신뢰라면, 그 신뢰의 정도는 결국 약속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따라 확인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규모가 어떠하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약속을 밥먹듯 어기는 공동체에서는 아무리 빛나는 비전이나 구호도 한갓 말 잔치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말 잔치만 무성한 단체나 조직은 결코 꿈의 열매를 품에 넣을 수 없을 것입니다. 훌쩍 또 한 묶음의 시간이 가고 또 다시 2007년 새해를 꿈꾸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정말 정직하게 흐르는 시간과 빈틈없는 계절의 순환 앞에서 또 한 번 삶의 옷깃을 정갈하게 여미는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은혜롭게 주어졌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까지도 잘 지켜서, 내년 요맘때는 오늘의 이 부끄러움이 감사와 감격의 열매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사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6. 12. 28.)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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