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대학의 대학원에 유학간 한국학생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고속도로를 순찰하던 미국 경찰관이 다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Are you OK?”라며 묻자 중상을 입은 그 한국유학생이, “I'm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말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숨졌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역시 국내 명문대를 졸업하고 토플 고득점자로서 미국 유학을 간 어떤 청년이 햄버거를 사러 햄버거 가게에 갔다가, 점원이 “여기서 먹을 겁니까, 싸 갖고 가실 겁니까?”라고 묻는 말의 영어식 표현 “Here or to go?”를 못 알아들어 망신을 당했다 합니다. 햄버거가게 점원이 이 말을 빠르게 연음 처리하여 “히어러두고우”로 발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슴 아픈 이면을 아프게 곱씹어보게 하는 이런 예화를 들을 때마다 가뜩이나 무거운 마음 더더욱 납덩이가 되는 느낌입니다. 교육을 일컬어 ‘국가백년지대계’라고 말은 잘들 하는데, 그처럼 중요한 교육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바른 대답을 전혀 하지 못합니다. 그냥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차라리 솔직하겠습니다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검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게 말도 안 되는 궤변과 억지로 교육에 대해 그럴싸한 말 잔치만 즐겨 하는 듯하여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을 왜 해야하는 것인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오직 대입수능 고득점과 취직을 위해서’라는 답 외에 다른 답을 거의 내놓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작은 일 하나라도 책임을 지고 나보다 약한 이웃을 도울 힘을 얻기 위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바보로 욕 얻어먹기 좋은 세상입니다. 신학공부를 하기 전 한 10년 정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국어와 국문학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국어선생의 한 사람으로서, 창의적인 글을 쓰고 독창적인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 죄책감이 지금도 제 가슴에 있습니다. 수능을 대비하여 시를 배우고 나면 시를 전혀 쓰지 못하게 되고, 소설을 배우고 나면 소설을 싫어하게 만드는 못된 교육에 가담한 죄가 작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매일 일과 후 하는 청소도, 왜 청소를 해야하며, 어떻게 청소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이, 그저 선생님들에게 검사 받고, 장학검렬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청소인 줄 알고 하기 싫어도 그냥 하면서 컸고, 왜 일기를 써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숙제검사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일기가 아닌 소설을 쓰며 자랐습니다. 운동선수들도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이 그저 대학진학을 위해, 운동선수로서의 기초를 채 다지기도 전에,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점수 따서 이기는 시합을 하기 위해서만 운동을 했습니다. 3-40년 전 제 학창시절의 낯뜨거운 몸짓이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교육현장에 여전히 있으며 오히려 날이 갈수록 그 지저분한 경쟁체제가 신자본주의의 매혹적인 멍석 위에서 더 심화되고 고착되어 가는 상황에서 민족의 장래를 도무지 낙관하기 힘든 현실이 답답할 뿐입니다.(2006. 12. 7.)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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