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간에게 손을 만들어 주시고 일찍부터 도구를 만들어 쓰도록 하셨습니다. ‘공작할 수 있는 동물’(Homo Faber)이기 때문에 인간은 문명을 창조하고 역사를 건설하고 발전시키며 살아왔습니다. 철학자 칸트는 ‘손은 외부의 두뇌다’라고 하였습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두뇌의 역할을 손이 한다는 뜻입니다. 배우의 연기, 음악인들의 연주 혹은 평소 생활에서의 손짓 등 인간의 자기의사를 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 누구며 그 거룩한 곳에 설자가 누군고 곧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치 아니하는 자로다”(시 24:3∼4)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즉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은 깨끗한 손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오늘 성서의 몇 사람의 손을 생각하며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로 빌라도의 손입니다. 빌라도는 로마의 총독으로서 예수의 재판을 맡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으로부터 사형에 처할 만한 죄목을 찾지 못하였으나 군중의 시위에 강압되어 십자가형을 언도하게 되었습니다. 군중을 두려워하고 죄와 적당히 타협한 빌라도의 손은 물로는 씻었으나 역시 더러운 손이었습니다. 역사는 그를 죄인으로, 불행한 사람으로 심판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가룟 유다의 손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밤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님은 “너희 중에 하나가 나를 배신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안해진 제자들은 서로 “나입니까? 나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그의 손이 지금 내 손과 함께 상 위에 놓여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식사할 때 누구나 상 위에 손을 얹고 있기 때문에 열두 제자 전원의 가슴이 뜨끔했을 것입니다. 이 장면을 마가복음은 14장 20절에서 “나와 함께 같은 대접에 빵을 적시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

가룟 유다의 손은 예수님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듯하였으나 가장 먼 손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이 주신 빵은 은혜와 사랑의 빵으로서 예수님 자신의 몸과 같은 것인데 가룟 유다는 은혜를 받으면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사탄에게 맡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과 동행해야 할 사람이 사탄의 영과 한 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손,곧 구원의 손입니다. 누가복음 24장 39절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열 한 제자에게 나타났을 때 “내 손과 내 발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두 말할 것 없이 주님의 손과 발은 못 자국이 있는 손이요, 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예수님은 자신의 고난의 자국을 보이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렸던 자국, 피흘린 자국, 찢어진 자국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손을 가져야 합니까? 요한복음 6장의 제자들의 손은 기적을 일으키지 못하였으나 기적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우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어린아이를 주께로 인도하고 무리를 앉히고 떡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자기에게 생기는 소득이 없어도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도 신이 나서 주님의 축복을 전하는 사람, 숨차게 뛰면서 기쁜 소식을 나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바울은 “주는 자가 복이 있다”며 받는 손보다는 주는 손, 나누는 손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깨끗한 손이란 예수님의 손처럼 사랑과 희생으로 얼룩진 손입니다. 그런 손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어주는 축복된 손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우리의 손이 받는 손보다 나누어주는 손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은 자들에게 나눠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저희의 원대로 주시다”(마 27;24∼26, 요 6;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