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심리학 박사인 제자가 이렇게 고백했다.
"선생님, 저요…제가 하는 강의하고는 다르게 아이를 키 우고 있어요.” 강의실에서는 지적 발달 단계에 맞춰 그에 알맞는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은 학습이라고 가르치지만, 실제로는 그 역시 아직 유치원에도 안간 아이를 영어학원, 그것도 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학원에 등록시켰다는 것이다. “방법이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주위에서 다 그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며 제자는 고개를 떨궜다.

비단 그 제자뿐이겠는가. 자녀를 둔 한국의 젊은 부모들이라면 같은 심정일 것이다. 등산을 하는데 처음 올라가 보는 산이라 길은 잘 모르겠고, 자기에게 있는 지도는 별로 정확하지 않아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곧 날은 어두워지고 폭풍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게 된다. 그 길이 옳은지 확신할 순 없지만, 다수가 따라간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므로.

어린 자녀들을 조기교육의 장으로 내모는 한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다 하니까” “안하면 뒤처질것 같아서”. 그래서 고통받는 건 아이들이다. 악순환을 사라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 언젠가 이시형 사회정신 건강연구소 소장이 “일본에서는 전후 교육비의 60%를 부모교육에 쏟아부었다”고 말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는 지금이라도 부모교육에 투자해 가정을 살려야 한다”
고 주장한 것은 퍽 의미있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은 그 일을 수행해내기 위해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또 연수를 받는다. 그 어떤 직업보다 중요한, 부모 역할을 잘 하는 일에도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대로 알아야 ‘소신있는 부모’들이 많아 져 바른 길이 트인다. - 조선일보 (이혜성·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