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정보통신망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다는 나라들도 정보통신 기술에 관한 한 우리나라를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꽤 심한 인터넷 중독증을 보일 정도로 인터넷 망은 우리 삶 아주 깊숙한 곳까지 말초신경처럼 들어와 있습니다. 인터넷망이 우리만큼 발달되지 못한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때때로 느끼는 답답증, 귀국해서 거리 곳곳에 자리잡은 PC방 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느껴지는 해방감에서도 우리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신경망이 발달로 생활의 편리함만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날이면 날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주소를 빼내갔는지 지저분한 스팸메일이 널브러져 마음까지 덩달아 어수선해 지는 것을 느낍니다. 가끔씩 정말 중요한 메일이나 편지 혹은 자료들이 스팸 함에 섞여 있기도 하기 때문에 스팸메일함을 무작정 비워버릴 수도 없어서 별수없이 지저분한 스팸메일 제목만이라도 살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넌더리가 날 때가 많습니다. 수신거부 조치를 했는데도 방호벽을 교묘히 뚫고 한사코 배달되는 사채업자들의 메일, 음란사이트 홍보 메일 운세상담 메일 등등 끈적끈적한 쓰레기들의 무단침입이 늘 괴롭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스팸 메일에 운세상담 사이트 안내 메일이 여러 개 섞여 있었습니다. 우주를 왕래하는 이 눈부신 과학기술 시대에, 사주니 팔자니 무슨 운세상담이니 하는 말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근대를 넘어 포스트모던시대가 되었는데도 오랜 세월 동양 권을 지배해온 샤머니즘 체계의 위세는 도무지 수그러들 줄을 모릅니다. 특히 설 명절이나 한가위 같은 큰 절기에 가족 친지들이 한데 모이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소일거리가 바로 운세타령입니다. 물론 그냥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사주팔자도 보고 관상과 손금도 본다고 하지만, 막상 점괘가 나온 뒤에는 쓸데없이 사람의 마음이 부풀거나 괜히 마음 한 쪽이 옥죄는 것이 사실입니다. 번듯한 주요 일간신문조차 그 금싸라기 같은 지면을 악착같이 덜어내어 ‘오늘의 운세’나 ‘점성술 점괘’를 실어 놓습니다. 신문을 보는 틈틈이 사람들은 그 점괘나 운세를 힐끔힐끔 살피며 일희일비합니다. 어느 날이든, 한 날을 정하여 각 일간신문에 발표된 오늘의 운세를 모두 모아다가 같은 띠 같은 나이의 점괘끼리 비교해 보면 그 점괘라는 것이 그야말로 싸리빗자루로 뜬구름 잡는 것처럼 주먹구구임을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임을 사주팔자타령 스팸메일과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 난에서 늘 확인합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답게, 허망한 ‘오늘의 운세’를 곁눈질하기보다는, 오늘 어떻게 열심히 정직한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내일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범한 상식을 우리 사회가 과연 언제쯤이나 회복할 수 있을까요? (2005. 9. 1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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