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마이클 호튼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모든 일들이 모두 다 기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한없이 경외하는 정직한 고백입니다. 오랜 세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 젖어 지낸 인간들은 일상사와 이적을 철저하게 구별하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곧 “이적은 이적이고 일상사는 일상사”라는 생각의 덫에 치인 나머지 이 두 가지가 통합될 수 있는 길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아예 차단하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정말 기적 같은 은총에 대해 감사할 기회를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엊그제, 어느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삶의 소망이 거의 다 끊긴 채 허덕이는 이를 보았습니다. 순풍에 돛 단 듯 남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하며 실패와 좌절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고 살던 이가 하루아침에 몹쓸 병에 걸려 몸져 눕고 만 것입니다. “갖고 있는 것 다 내주어도 좋으니 그냥 몸만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실오라기를 허옇게 야윈 손으로 붙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 퀭하니 초점 풀린 허연 눈자위 가득 죽음의 공포가 가득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끝모를 고통에 시달리면서 비로소 삶의 마지막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이 지내온 것을 한없이 후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고통 속에서 너무 늦게 철이 드는 것만 같아, 짙은 연민의 정과 함께 그 이의 고통을 나누어 져줄 수 없는 처지가 안타까왔습니다. 하루 세 끼 우리가 꼬박꼬박 먹는 밥,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들 이 땅에 아직 많고, 먹을 밥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밥을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병약한 이들도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멋진 세상을 볼 수 없는 이들도 많으며, 혼자 힘으로는 단 한 걸음도 땅을 디디고 걷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몸과 마음이 한없이 여위는 이들도 많으며, 옷을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이들 또한 참 많습니다. 정말 정직하게 생각해보면, 내 안에 숨쉬는 신비한 생명현상부터 시작해서, 외롭지 않게 내 곁을 사랑으로 보듬고 있는 부모 형제와 배우자와 자녀들과 친구들 또한 내 힘과 재주로 만든 것들은 아닙니다. 몸져누워 오랫동안 밥숟갈을 들지 못하다가 겨우 일어나 앉아 내 손으로 다시 수저를 잡고 떠 넣는 한 숟갈의 밥에 감사와 감격의 눈물이 왈칵 쏟아지듯이, 고통과 고난의 망원경 너머로 보는 우리네 일상사의 자잘하여 하잖해 보이는 모든 일들이 다 기적이고 이적입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하는 하찮은 몸짓이 어느 누군가는 한평생 가슴에 품고만 사는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삶의 어두운 늪에 빠져 원망과 불평이 마음 속에 있다면, 조금만 더 시선을 낮춰 나보다 힘들고 고통스럽게 사는 이들을 보살피며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을 섬겨 보십시오. 감사가 커지는 만큼 불평이 사라지는 또 하나의 이적을 분명히 체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06. 2. 2.)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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