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로 나서는 이들의 출판기념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지방 일간지 지면 가득 출마하는 이들의 얼굴이 자주 보이는 것이 선거 철이 오긴 왔나 봅니다. "말 많은 정치판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왕"이라는 말이 맞는지 본격적인 선거 판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입소문 중에는 경상도 말로 "∼카더라" 식의 공작성 발언도 많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참한 흑색선전도 많습니다. 그처럼 허황하고 말도 안 되는 헛소문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유권자들이 아직 많은 탓에 '아무튼 절반의 효과는 있다'는 확신으로 지저분한 헛소문을 정략적으로 생산하는 한심한 정객들이 아직도 많아 보입니다. 이래저래 속이 상한 유권자 중에는, 그처럼 치사한 흐름에 넌더리가 난다며 아예 선거 판의 흐름에는 나 몰라라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거나, 벌써부터 선거 당일 어딘가로 나들이 할 계획을 세우느라 마음이 들뜬 분들도 더러 눈에 뜨입니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한 대가가 당선된 정객들의 불의하고 부도덕한 정치행적의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기권하시지 말라"고 권면하면 한결같이 "어차피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하나도 없다"는 대답입니다. 그처럼 답답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그러면 조금 덜 나쁜 후보에게 표를 찍으라"고 권합니다. '양비론(兩非論)'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김씨가 급히 서울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가는 도중 평소 몹시 불편한 관계에 있던 박씨를 우연히 만나 역 앞에서 시비가 붙었습니다. 시비가 길어지면서 심각한 언쟁이 벌어져 분위기가 아주 험악한 상황에서, 두 사람을 다 잘 아는 이씨가 마침 거기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챈 이씨가 김씨와 박씨의 손목을 꽉 붙들고 일장연설을 하며 화해를 촉구했습니다. 이씨에게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화해시키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착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손목을 붙들고 아무리 설득해도 두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이씨는 '김씨와 박씨 모두 다 똑같이 나쁘다'는 생각(양비론)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 화해를 종용하며 두 사람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씨는 서울행 열차를 놓쳤고 그 결과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씨 나름의 아주 공정한 중재가 사실은 김씨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만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양비론의 허점입니다. 상황을 살피며 팔짱끼고 눈치만 살피다가, 적당히 나서서 "모두 다 나쁘다"는 식으로 함부로 말하면서 순식간에 힘 안들이고 자신의 의로움을 확보하는 비겁한 '박쥐 정신'을 하루 속히 뿌리뽑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발전과 개혁의 희망은 그 가능성의 싹조차 돋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2006. 3. 23.)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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