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다 귀국한 친구로부터, 그쪽에서 사는 동안 길거리에서 얼굴빛이 좀 노란 사람이 눈에 띄면 그가 중국사람이든 일본사람이든 따질 겨를도 없이 무조건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그렇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넉넉하게 잘 살아도 외국과 우리 조국이 주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도 순순히 수긍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하는 길, 그저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여정이라 할지라도 멀리 인천공항의 희미한 그림자만 눈에 들어와도 마음이 갑자기 푸근해지는 것을 누구나 느낍니다. 엇비슷한 출입국 절차인데도 귀국길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 앞에 설 때의 기분은 또 얼마나 따사롭고 편안한지 모릅니다. 다른 분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귀국수속을 마치고 항공화물을 되찾은 다음 공항을 빠져 나와 차를 타고 내 가족 내 집이 있는 내 고향 전주로 향하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만 접어들어도 마음이 한결 느긋해지고, 열심히 내달린 다음 마침내 전라북도 도계 표지판을 지나칠 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이제 다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여행이 아무리 즐겁고 재미있어도 고향이 말없이 전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객지생활이 아무리 풍요롭고 넉넉해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인 삶의 무게와 만만찮은 부담 탓에 고향동네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느끼던 정이 늘 사무치게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 홍정길 목사님의 말씀을 빌어, 좋은 여행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좋은 동행이 있어야 하고, 둘째 짐이 가벼워야 하고, 세 번째 돌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세 가지 다 무시못할 중요한 요건들이지만 아무리 좋은 동행이 있고 아무리 짐이 가벼워도 돌아갈 집이 없다면 그 여행은 이미 여행이 아닐 터, 그래서 돌아갈 집 곧 고향이라는 것은 나그네에게 그야말로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삶이 여유로우면 여유로운 대로, 삶이 고단하면 고단한 대로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서는 것입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도로가 좋아졌다고는 해도 보나마나 평소보다 두세 배 더 긴 시간을 시달려야 고향에 닿을 것을 빤히 알면서도 너나없이 고향 찾아 길을 나서는 것을 보면 고향이라는 것이 정말 부모님의 품만큼 푸근하고 따스한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이 꾸준히 흐르고, 세월 따라 나이 들고 삶의 경륜이 풍부해질수록 늙으신 부모님 생각과 함께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 또한 깊어지는 것,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라 생각됩니다. 어딘가로부터 와서 이 땅에 아주 잠시 머물다가 어딘가로 가는 인생, 우리 육신의 고향을 찾는 본능처럼 우리 영혼의 고향, 마침내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만 할 우리 영혼의 고향인 하나님을 찾는 마음의 발걸음 또한 너무 늦기 전에 한결같이 바지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처럼 찾으신 고향에서 모쪼록 즐겁고 복된 한가위 지내시기 바랍니다.(2006. 10. 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