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성이 애완견을 데리고 서울 지하철을 탔다가 안고 있던 개가 똥을 싸자 그것을 치우지도 않고 열차에서 내려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대신 나서서 그 지저분한 개똥을 치우셨는데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에 잽싸게 유통되면서 이른 바 ‘개똥녀’라는 욕설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여성탤런트가 방송 대담 중에 “할부카드 쓰는 남자는 쫀쫀하다”는 내용의 말을 함부로 하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무참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여성운동가처럼 꼿꼿하게 사는 듯하다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처럼 돈 많고 권세 있는 남성에게 빌붙어 살며 명품이나 밝히는 여성들을 일컬어 추한 냄새가 난다하여 ‘된장녀’라는 새 말도 최근에 생겨났습니다. 여권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왜 하필 ‘개똥녀 된장녀’라는 말로 여성들만 나무라느냐, 이건 좀 지나친 여성 성차별 아니냐?”는 반론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기까지 한 올 여름 폭염을 견디느라 너나없이 짬짬이 휴가를 내어 피서를 다니는데, 그 해수욕장까지 애완견을 데리고 나타나는 사람들을 요즘에는 개똥녀에 수식어를 붙여 ‘해변의 개똥녀’라 합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북적대는 해수욕장 바닷물 속까지 애완견을 안고 들어가 목욕을 시키는 어느 여성의 사진이 한동안 사이버 공간을 요란하게 장식하면서부터였습니다. 하루 세끼 꽁보리밥이라도 제대로 먹으면 소원이 없었던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는 애완동물이고 뭐고 아예 그 이름조차 없었는데,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세상살이 형편이 많이 나아진 증거인 듯하여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나 좋자고 다른 사람들 입장이나 처지를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며 제멋대로 사는 이들이 너무 많아지는 흐름이 좀 언짢을 때도 있습니다. 여름 휴가 기간에, 70대 중후반의 부모님을 모시고 시외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떠난 지 오랜 고향동네의 해바라기 농장을 거쳐 호남지방의 썩 괜찮다는 풍광을 찾아 몇 곳을 돌아 다녔습니다. 부자손 3대가 함께 식사도 하고, 배경이 괜찮은 곳이 나타나면 사진도 찍어 드리면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옛날 필름카메라를 생각하시는지 “뭐하러 사진은 자꾸 찍느냐”며 연신 손사래를 치시는 부모님을 열심히 설득하여 간신히 사진 몇 장을 찍어 드렸습니다. 백양사 입구 아름드리 참나무 숲그늘을 지나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에서였습니다. 우리보다 좀 늦게 도착한 어떤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는데 아주 사치스럽게 단장한 애완견 두 마리가 주인을 따라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양한 악세사리로 잔뜩 겉치레를 한 그 애완견을 물끄러미 지켜보시던 어머님께서 “개는 데리고 다니면서......”라며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아마 자식 집 냉방에서 죽은 지 열흘만에 발견됐다는 어느 80대 할아버지의 불행한 뉴스를 떠올리시는 듯 했습니다. 개인의 취미생활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아예 없습니다. 다만, 애완동물들에게 쏟아 붓는 그 뜨거운 정성과 사랑을 뼈와 살을 나눠주신 늙은 부모님에게조차 베풀기를 꺼리는 이 시대의 싸늘한 흐름이 그저 조심스러울 뿐입니다.(2006. 8. 24.)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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