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일까지 한국기독사진가협회(KCPA) 전북지회 사진전이 전북교육문화회관 1층에서 열렸습니다. 사진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에 전하기 원하는 기독교인들이, 수입금 전액을 농촌 독거노인 후생복지사업에 쓰기로 하고 회원 20여 명이 귀한 작품들을 네댓 점씩 내놓아 모두 90여 점의 사진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사진가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각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개인전과는 전혀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교회 일을 하는 짬짬이 전시장에 들러 멀리 서울 부산 등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을 영접하는 일을 조금씩 도왔습니다. 서로가 카메라 가지고 놀기를 즐겨하는 터라, 함께 일을 하면서도 한 손에는 늘 카메라를 챙겨 들고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담아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원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오래 쓸 수 있는 프로필 사진 한 장 찍어주는 것이 사진가들이 서로를 섬기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처지이다 보니, 다른 이들의 사진은 많이 찍어주어도 정작 마음에 드는 자기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두 눈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화각이 보통 50도 정도여서 50mm 렌즈를 표준렌즈라 하고, 이보다 화각이 더 넓은 렌즈를 광각렌즈, 표준보다 화각은 좁지만 초점거리는 더 긴 렌즈를 망원렌즈라고 합니다. 광각으로 올수록 사진 화면전체가 다 또렷하게 나와 심도 깊은 사진이 되고 망원으로 갈수록 배경은 흐릿해지고 초점을 맞춘 피사체만 또렷하게 나오게 되어 심도가 얕아집니다. 광각렌즈와 망원렌즈 외에 몇 가지 특수렌즈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어안렌즈입니다. 말 그대로 마치 물고기 눈처럼 아주 넓은 화각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묘한 렌즈입니다. 극단적으로 넓은 화각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을 한 화면에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긴 피사체 윤곽에 심한 왜곡이 일어납니다. 곧 렌즈 가까이 있는 피사체는 극단적으로 확대시키고 멀리 있는 피사체는 극단적으로 축소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엊그제 전시회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데,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김 목사님께서 카메라에 어안렌즈를 장착하고 코앞에 바짝 접근하여 제 얼굴을 찍는데, 저와 김 목사님의 얼굴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사진을 찍는 장면도 우스웠지만 올챙이처럼 나온 사진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코는 주먹만하게 나오고 이마와 턱은 홀쪽 훑은 모습이 영락없이 럭비공 모양새였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사진, 혼자 보기 아까워서 제 사진갤러리에 슬쩍 올려놓았더니 우리 교회 어느 청년회원이 이빨도 한두 개 뺀 모습으로 한 번 고쳐보라 해서 포토샵으로 이빨을 두어 개 뺀 영구 모습으로 고친 사진도 올려놓고 갤러리 안에서 여러 사람이 꽤 오래 즐겁게 웃었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을 어안렌즈로 용감하게 한 번 바꿔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뜻밖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2007. 03. 0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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