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FTA 협상의 어지러운 과정에서도 보듯이, '산업화', '정보화'에 뒤이은 '세계화' 바람이 온 지구촌에 거세게 불면서 어느 민족이나 나라가 갖고 있는 아주 독특한 문화나 가치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다 함께 떠 안고 해결해야만 할 중요한 과제를 민족과 나라를 떠나서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풀어나가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예컨대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는 심각한 환경문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에 함께 대처하는 일 등은 어느 한 나라나 민족의 수고와 노력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좀더 거시적인 각도에서의 접근이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런 흐름의 부작용으로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문화나 개성이 점차 사라져 감으로써 인류 문화의 풍성한 다양성과 깊이가 점차 희박해져 간다는 점입니다. 지구촌 모든 나라를 다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나라 밖을 돌아볼 몇 차례의 기회가 있어 해외 나들이를 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떠나기 전에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하던 이국의 풍물 곧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풍토를 접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른 바, 우리나라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어떤 것, 오직 그 나라 그 지역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독특한 양식, 우리민족과는 또 다른 민족들이 오랜 세월 갈고 닦아 고이 간직해 온 참으로 소중한 문화 자산들을 모처럼만의 나들이 기회에 경험하고 싶은 마음 속 깊은 곳의 욕구가 전혀 채워지지 못한 채, 어디 가나 그게 그거인 아주 상식적인 것들, 굳이 돈들이고 나라 밖까지 나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도로변에 현대식으로 새로 지은 건물들의 건축양식이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나 문화적인 형태도 거의 다 엇비슷합니다. 공항의 모습이 다 그렇고,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그어진 흰색 차선 표시나 신호등의 체계도 거의 똑같습니다. 어쩌다 들른 기념품 가게에서 틈만 나면 눈속임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야박하고 얄팍한 상혼을 만나게 되는 것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거리 뒷골목을 서성거리는 십대들의 움직임 역시 천부적인 피부색과 골격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십대들의 움직임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화가 편리한 것일지는 몰라도 세계문화를 천박하게 획일화시킬 위험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또 다시 휴가철입니다. 휴가철이면 도심이 텅텅 빈다는 뜻의 외래어를 따서 '바캉스'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도시가 비는 대신 관광지는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습니다. 시골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가득 태우고 내달리는 관광버스 속 아줌마들의 관광버스 춤이 다 똑같듯이, 남들처럼 휴가를 즐기지 못하면 큰일나는 줄 아는 사람들의 생각, 모처럼만의 휴가 끝에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버리는 흐름 역시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은 도무지 흉내도 낼 수 없는 나만의 뜻깊고 독특한 휴가법을 지혜롭게 창조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2006. 7. 27.)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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