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받기 원하는 목회자
                                                        -손양원목사님-





                                                                                                           이  철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남서울교회 은퇴, 한국피스메이커 대표)





손양원 목사님은 우리 목회자들만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 성자로 취급을 받는 사람이고 심지어는 사회로부터도 참된 크리스천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크리스마스에 국영방송인 KBS가 다큐 프로그램에서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 이란 제목으로 그의 일대기를 다룬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 손양원의 감동도 크지만, 목회자가 그렇게 많지만 존경받는 목회자, 닮고 싶은 목회자가 그렇게 많지 않는 이 시대에, 그는 우리에게 진정한 목회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똑똑하게 보여준 참 목회자상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손양원목사님은 양 떼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 선한 목자이시다.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안다”고 하셨는데, 손목사님은 처음부터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맡겨주신 양떼들이 누구인지를 바로 아셨다. 그들이 바로 애양원의 나환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애양원 나환자들도 손양원목사는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서 보내신 목자인 것을 알았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목회자들이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양떼들이 누구인가를 바로 알지 못한 채 한평생 목회를 하고 또 평생을 목회를 해도 성도들이 자기 목자를 바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뿐만 아니라, 손목사님은 그런 소명의 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에 평생 애양원을 위해서 헌신했고 결국은 거기서 순교를 하신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는 말씀 그대로이다.
목회자의 부름을 받은 자로서 이렇게 자기 양떼들을 알고 양떼들도 그를 목자로 알아주며 그 양떼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이에서 더 큰 영광과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손양원목사님이 부러운 것이다.

두 번째로, 손양원목사님은 진정으로 섬김의 목회를 하셨다.

손목사님이 애양원교회에 오신 목적 자체가 그들을 섬기기 위해서였다. 그가 애양원교회에서 시작하여 애양원교회에서 순교하시기까지 평생을 애양원교회 성도들 섬기기 위해 사셨다.
손목사님이 나환자들을 사랑하셔서 그들과 가까이 하시고 그들을 싸매시고 닦아 주시고 심지어는 고름을 빨아주시면서 까지 그들을 사랑으로 섬긴 것은 이 땅에 오셔서 병든 자들을 섬겨주신 주님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하고..”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케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손목사님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자기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면서 그런 섬김의 목회를 계속하셨다. 그가 애양원을 시무하기 시작했을 때 지은 시 ‘애양원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라는 시에는 그런 그의 기도가 잘 나타나 있다.
목회 40년을 마치고 은퇴한 나로서 지난 목회를 돌아볼 때에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아골 골짝 빈들에도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는 마음으로 찬송도 하고 기도도 했지만, 지난 나의 목회를 보면 섬김의 목회보다 섬김을 받은 것이 더 많아 감히 손양원목사님의 이름조차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러기에 손양원목사님은 나의 참으로 존경하는 다시 목회를 시작한다면 닮고 싶은 목회자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손양원목사님으로부터 본받기를 원하는 가장 아름답고 큰 것은 그의 용서와 화해의 삶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손 목사님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피스메이커였다.

손목사님이 목회하시던 시대는 반목과 투쟁의 시대였다. 일제와의 투쟁, 이념과 계층간의 투쟁, 가난과 질병과의 투쟁이 있었던 시대.. 그런 시대는 용서와 화해가 드문 시대이다.
그러나 손 목사님은 이런 모든 것을 뛰어 넘으셨다. 그는 영남 사람이면서도 호남에 가서 목회하셨다. 정상인이셨으면서도 장애인들, 병자들 세계에 뛰어드셨다. 심지어는 이념의 갈등으로 자기 두 아들이 살해당했지만 그 사이에서 위대한 용서의 사랑을 실천함으로 화목을 도모한 피스메이커 목회자이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12:18)
오늘 우리 목회자들은 말씀의 실천을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외형적인 면에서 강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실천, 양떼들에게 보여주기를 원하는 참된 삶의 모범이 무엇이겠는가? 물론 거기에는 기도의 삶, 전도의 삶, 봉사의 삶 등이 들어가고 그런 면에서도 손양원목사님은 모범적이셨다.
그러나 오늘날 손양원목사님이 특별하게 인정을 받으시고 참된 목자상으로 부각이 되는 것은 ‘원수를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신 용서의 실천이다.
손목사님이라고 자기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는 것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기 때문에 두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으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식음을 전폐하고 신음하시듯 “하나님, 하셔도 너무 하십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셨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는 기도 끝에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기로 결심하고 9가지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으로 양자 삼으시기까지 했다. 그의 딸 손동희권사님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용서하고 양자 삼는 이유는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감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순종하신 것이다.

이런 손양원목사님을 생각하면 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진다. 따르기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손양원목사님도 우리와 성정이 같은 인간이었음을 생각할 때 위로를 받는다.
나환자들을 놓고 힘들어했던 그의 모습, 그래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떠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그의 인간성, 거기에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 힘들어 고뇌하던 그의 모습들은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그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서 그렇게 살 수 있었고 목회 할 수 있었으며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손양원목사님은 정녕 우리가 본 받기 어려운 선배가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모범이시다.
단지 그분의 분량이 있고 나의 분량이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손양원목사님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하나님이 보여주신 참 목자상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