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보여주는 회개





                                                                                                        박 경 조 주교
                                                     (나를 만나는 숲 이사장, 전 대한성공회 주교원 의장)





<행 2:42~47>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 사도들로 말미암아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나니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지난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참담한 모습을 TV로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참담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가 갈 때까지 가버렸다는 위기감이 저를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며 이 사회의 모습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신앙인으로서 저는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다음의 몇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 생명의 가치를 돈의 가치보다 낮게 여기는 사회의 풍조가 그 원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그릇된 자본주의의 결과로 나타난, 지나치게 돈을 사랑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경쟁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가 그 원인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이런 엄청난 일이 터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우리의 교회는 책임이 없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왜 우리 사회가 사람의 생명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편법을 써가며 서로 경쟁하고 짓밟고 속이고 싸우고 분열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교회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한복협 회원분들 중 6.25를 겪은 세대가 있을 것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한끼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세끼 밥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헤어짐 없이 따뜻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인드로 앞만 보며 열심히 달리다보니 우리 자신도 모르게 돈을 사랑하는 가치관에 서서히 물들었습니다. 경제적인 풍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개인의 탐욕과 욕망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질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나쁜 점만을 답습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되기까지 부정적인 측면에서 교회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한국 교회가 돈을 사랑하기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교회로서의 마땅한 제 몫을 감당했더라면, 오늘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는 재물과 성공입니다. 교회는 어떻습니까.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고 복음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교회마저 재물과 성공과 번영을 추구했습니다. 만약 교회가 세상의 가치와는 다르게 복음의 가치, 사랑과 정의의 가치,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며 가르쳤더라면 교회는 죄악된 사회에 방부제의 역할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혼탁해져가는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조차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화되어 인간의 개인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그것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정화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희가 읽은 사도행전 말씀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초대교회 신앙공동체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이 놀라운 삶은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심한 자들의 삶에 나타난 변화이자 열매입니다. 회개한 삶의 결과 이런 신앙적 공동체가 탄생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회개가 실제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오늘 본문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처럼 하나님 앞에 회개한 삶의 결과와 열매를 보여드릴 수 있었더라면 세월호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부와 탐욕을 추구할 때 교회도 덩달아 개인의 영달과 축복을 추구하고 기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책임을 통감하며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하며 망연자실하였던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새롭게 일어서서 사도행전 본문 말씀처럼 서로 사랑을 나누고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한국 교회가 그런 영적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 교회가 진심으로 뼈아프게 회개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 가난하더라도 서로 나누고 돕는 정직한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세상과 똑같이 부자되고 성공하는데 힘쓸 것이 아니라 오늘 말씀처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나누는 모습을 시연해내야 합니다. 아무리 찬송하고 기도하고 떠들어대도, 개인적인 욕심을 자기도 모르게 추구하게 되는 교회의 모습을 탈피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서 이 도도한 물질문명의 자본주의 후기 사회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만이 한국교회의 생사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대형교회를 지향하고 개인의 축복만을 구하는 모습을 버리지 못하여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 뿐 아니라 한국 사회도 희망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사랑하시고 축복해주셔서 복음의 빛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한국사회를 변화시켜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