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교수의 논문 “주기철 목사와 민족주의”에 대한 평론(評論)



                                                                                            이 윤 호 목사, Ph.D.
                                                                                       (기독교치유상담원 원장)



        먼저 고 주기철목사의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기독교 신앙과 민족주의”라는 주제를 주기철목사의 순교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주기철목사와 민족주의”라는 흥미롭지만 진부한 주제를 교회역사학자이신 이상규교수(이하 발표자)가 학문적 통찰력으로 다루어 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발표자의 논문은 한국교회 순교사를 민족주의라는 주제로 잘 다루었고, 교회사가 단순한 역사적 기술의 차원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더 나아가서 발표자의 논문은 연구방법론적 틀에 맞춰 논리적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논리의 일관성을 지닌다. 특히 민족주의를 성경적, 조직신학적, 교회사적 및 과거 독일과 일본의 사례연구의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조명된 것 역시 본 논문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발표자는 주기철목사의 순교를 민족주의, 국가와 교회 및 저항권 사상의 세 가지 중심 주제로 분석함으로써 발표자 자신의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평론자도 큰 틀안에서 “주기철 목사의 삶과 설교, 저항과 순교의 가장 주요한 동기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었다.”라는 발표자에 결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동시에 평론자는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반대는 일본의 극단적인 민족주의, 곧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에 대한 반대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기철 목사가 일본의 민족주의를 반대한 것은 정치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역시 신앙적 동기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발표자의 전술한 결론과 상반되는 듯 한 또 다른 결론에도 동의한다. 이는 고신대에서 주기철 목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 목사의 주장, “주기철 목사는 당시 일본의 침략을 국가대 국가의 싸움으로 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사탄의 나라의 싸움으로 보았기 때문에 . . . 민족주의 신앙을 뿌리로 한 신사참배에 저항하였으며, 박해와 고난을 겪고 순교하였다.”라는 노데라의 결론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제 발표자의 논문에 대한 한계점과 후속연구에 방향의 관점에서 평론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질적연구방법론의 관점에서 분류한다면 내러티브 및 사례연구로 사려된다. 먼저 평론자는 본 논문의 중심주제인 ‘민족주의’에 대한 정의의 명료화를 주문하고 싶다. 물론 발표자는 칼 도이치나 한스 콘의 견해를 인용하였지만, 일반적으로 학문적 연구에서는 일반적 정의보다는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를 사용하는 것이 주류이다. 이런 제안은 ‘민족주의’에 정의에 따라 본고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과 같은 질적연구에서 연구자의 평가기준에 대한 언급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역사연구에서 사용되는 연구자료는 emic(연구대상자의 내면적 관점)이 아닌 etic(분석적 관점)으로 처리되는 경향성이 높으므로 본 논문의 한계점으로 여겨진다. 발표자는 주기철목사의 순교의 역사적 배경으로 일본의 민족주의의 근거가 되는 신도주의를 소개했다. 평론자는 발표자의 이런 이해에 동감하면서도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한국상황에서 첨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 1919년 3.1독립운동 이후 일본은 조선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독립운동의 유일한 근거세력이 되는 한국교회를 파괴하는 방략을 고안하였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조선백성들과 한국교회들을 향한 신사참배강요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주기철목사와 민족주의는 either-or로 이분화되는 ‘유계집합(bounded set)’보다는 ‘중심방향 집합(centered set)’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따라서 평론자는 주기철목사의 순교와 민족주의간의 관계를 원인-결과(혹은 독립-종속) 관계가 아닌, 상호관계 혹은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는 편이 당시 역사적 맥락(historical climate)에 더욱 적합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추정해 보고 싶다. 따라서 평론자는 주기철목사와 민족주의는 완전히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상호관계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주기철목사의 순교는 결과적으로 개인적 혹은 교회적 차원을 넘어 당시 조선국민 전체에 긍정적으로 미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평론자는 발표자의 진지하고 열정적 연구가 한국교회 순교역사의 위상을 격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동시에 평론자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한국교회 순교사에 다양한 주제를 도입하여 탐색함으로써 ‘영성이 있는 교회역사’와 ‘한국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제공하는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