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손양원




                                                                                                    손 동 희 권사
                                                                                            (손양원목사님의 딸)




제가 오늘 이곳에 나온 것은 손양원 목사님의 신앙관을 잘못 알고 말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 이를 바로잡고 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신문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손양원 목사의 신앙에 대해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일제 강점기 손양원 목사의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종교적 이유’로 한정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으다. 그것은 가장 적극적인 민족주의운동이었다.
또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유 이 역시 우상숭배를 섬어선 민족주의적 투쟁에 의한 것이었다. 손목사님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신을 함양시켜야 한다는 민족의식, 주체성이 철저했던 분이다.
또 손목사는 민족말살정책에 대해 투쟁하였다.

결국 결론은 손목사님이 민족주의자냐 복음주의자냐 하는 것인데, 손목사는 그런 질문을 초월한 분으로, 그런 근거없는 질문 위에 놓일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오직 한분 예수주의 뿐인 사람입니다. 손양원 목사에게서 예수라는 두글자를 빼면 아무런 보잘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존재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1940월 9월 25일 투옥되어서 5년 동안 옥중생활하면서 일본간수와 대화한 심문조서, 또는 옥중편지, 시, 수필, 일기 등등을 살펴보면 인간적인 언어나 민족주의적인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오직 복음전도에 대한 내용 뿐입니다.
손목사는 단 한길, 오직 하늘을 향한 길만을 걸었던 분입니다.
신사참배라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에도 피신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종신형선고가 떨어졌을 때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해방이 되었을 때도 득세한 것처럼 떠드는 대신 묵묵히 주의 길을 따르며 양떼들에게 신앙의 본이 되고자 하셨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도 전도하면서 한길만 걸었습니다. 주님이 이끄시는 그 길만을 좇은 분이 손양원목사이십니다.
경성구금소에 있을 때 사상전환하는 기관에서 아버님이 소지하고 있던 성경 찬송 다 뺏고 불교서적을 한아름 갖다놓았습니다. 그것을 모두 잃고 심중의 변화를 일으키라는 것이었지요. 읽은 후에 독후문을 쓰라고 했을 때 아버님은 이런 글을 썼습니다.

하늘에 어찌 두 해가 있을 수 있고
일국에 두 임금이 있을 수 있으랴
우주의 주인공이 어떻게 둘이 되겠으며
십자가의 도 외에 구원이 또 어디 있으랴
세상에는 성인도 많고 신도 많으나
여호와 외에 다른 신은 내게 없구나
석가도 유명하고 공자도 대성이나
오직 내 구주는 홀로 예수 뿐이니
내 어찌 두 신을 섬길 수 있으며
예수님 외에 속죄자가 어디 있으랴
이 신을 위하여 아까울 것 무엇이며
이 주를 버리고서 내가 어디로 가랴

아버님은 6.25 때도 피신할 생각 하지 않았습니다. 피신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 기정사실이었고 피신할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끝까지 피신하지 않으셨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물론 애양원 성도들, 아버님 친구들까지 찾아와 같이 피신하자고 간곡히 권면했지만 이를 다 뿌리치고, 오직 몸도 성치 않은 내 양떼를 지키고 신앙을 지키시겠다며 48세의 나이로 순교하셨습니다. 얼마든지 오래 오래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 단명을 선택하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성경 맨 위에 써놓은 것이 있습니다. ‘나의 부흥회시에 먼저 먼저 읽을 것’ 라는 제목으로 여러 가지를 써놓으셨는데, 그 중 맨 마지막 항목은 ‘내 생애의 유일한 참고서는 오직 성경 66권이 되게 하소서 아멘’ 이라는 글귀입니다.
손목사가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은 단지 제1계명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성경 66권의 말씀을 순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끝내 종신형까지 선고받으셨지요.
그런 손목사를 향해 말하길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의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우상 숭배 반대를 넘어선 반정운동, 민족주의적 운동, 민족주의 투쟁이었다. 또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가장 적극적인 민족주의 운동이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습니다. 너무나 거리가 있는 말입니다.
민족운동은 불신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손목사가 그런 적극적인 민족운동을 했다면 ‘성자 손양원’이 아니라 ‘애국자 손양원’ 의 칭호를 붙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목사가 투옥된 것은 오직 제1계명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48세의 나이로 순교하시기까지 48해를 사시는 동안에 단 한번도 민족운동, 반정운동에 나선 일이 없었고, 민족말살 정책에 투쟁한 일도 없었습니다.
제가 어느 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3.1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신사참배를 그저 평범한 국가의식으로 행해왔다고 합니다. 3.1운동을 경험한 일본은 황민화 정책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이때부터 갑자기 조선인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하며 신사참배 반대자들을 투옥/처벌했지요. 신사참배제도는 황민화정책의 일환으로서 천황의 이데올로기를 조선사람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습니다.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만들어낸 제도이며 이런 것들과 신사참배 반대와는 별개입니다.
신사참배 반대가 어떤 동기에서 시작되었던지 간에 손목사는 단순히 제1계명만 순종하기 위해 투옥되었습니다. 손목사는 황민화정책에 반대한다고 투쟁한 일이 없습니다. 감옥생활 5년동안 일본간수들과 주고 받은 심문조서를 보면, 손목사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66권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말세관, 성서관, 심판관, 세계관, 국가관, 재정관등을 가지고 간수들에게 전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간수들의 질문을 받고 천왕의 신인됨을 부정할 때도 사45:5,6을 들어서 설명한 일이 있고 이 역시 전도목적이었습니다.
손목사는 신사참배를 반대했을 뿐이지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 운동을 했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식으로 운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지요. 신사참배 반대는 반대로 끝내야지 여기에 반정운동, 독립투쟁, 민족말살정책에의 투쟁과 같은 단어들을 붙여서는 안됩니다. 아버님은 한번도 그런 운동을 해본 일이 없습니다.
손양원 목사는 애국지사 손양원이 아닙니다. 순교자 손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