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평화 통일 달성하자!




                                                                                                  법 륜 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3·1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평화 통일 달성하자!




                                                                                                  법 륜 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서 95년 전에 있었던 3.1독립정신을 되새기며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자는 큰 원을 세우고 있는 것이 매우 감사하고 보기가 좋습니다. 특히 제가 존경하는 강원령 목사님께서 창립하신 경동교회에서 5개 종단의 종교인들이 이렇게 함께 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3.1독립운동의 기본정신은 첫째,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아 자주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민족독립입니다. 둘째, 민중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의 건설입니다. 조선 500년 봉건왕조는 비록 독립 국가였지만 그 나라의 주인이 백성이 아닌 왕과 양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 당시 사람들이 소원한 것은 소수계층에게 지배되는 봉건왕조의 회복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대한제국의 부흥이 아닌 대한민국의 수립운동을 주창하게 된 것입니다.
이 정신을 계승한다면 통일은 단순히 분단된 나라의 연합 문제를 넘어선 새로운 나라의 수립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과 경제력이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는 국가, 나라는 강력해도 국민은 빈곤하고 불행한 국가가 아니라 나라 안에 사는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경제적 평등과 정치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복지가 잘 실현되는 통일국가를 꿈꾸며 그 나라를 건설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일본, 중국 등의 주변국가와도 잘 협력이 되어,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는 통일을 소망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3.1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일 것입니다.

3.1독립선언서에는 ‘오늘 이 3.1독립의 목적은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 것에 대해 일본을 꾸짖으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여 운명을 개척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하거나 묵은 옛 일은 응징하고 잘못을 가릴 겨를이 없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이며, 불합리하고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잡아 올바르고 떳떳한 길로 돌아오게 하고자 할 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조선의 독립이 온 동양에 정당한 생존과 번영의 장을 열어, 일본과 중국과 온 동양이 진정으로 평화를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에도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독립이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나아가 세계평화에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는 큰 뜻을 품은 선언서입니다. 일제의 침탈과 압제 속에서 원한에 사무친 사람들이 독립을 선언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원한을 넘어서서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이 운동을 주창한 사람들이 종교인이기 때문입니다.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때, 통일운동이 단순히 이기심에 기초한 강대국가, 번영국가 세우기에 그쳐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인류공동체를 만드는 미래지향적 꿈에 반하는 사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아젠더를 소유한 종교인들이 이 운동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통일이 소수계층이나 남한 만을 위한 것, 한국인만을 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통일은 남한 안의 모든 사람, 북한 주민, 나아가 동북아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통일이어야 하고 이러한 통일을 주창할 수 있는 것은 종교인일 것입니다.
종교는 공통적으로 사랑과 자비를 말합니다. 자기종교의 사상을 전파하는 것만이 아니라 종교가 가진 사랑과 자비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에 앞장설 때 그 운동 자체가 복음전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통일운동을 주창할 때, 정치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비종교인들의 비난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200여년 전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올 때, 당시의 지배적 종교는 유교였습니다. 그런데 유교사회 안에서 몰락하고 좌절한 양반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 것이 천주교였습니다. 그들은 천주교를 통해 희망을 키우는 모임을 원했고 감시와 탄압을 피해 산속의 절에 와서 그들의 신앙을 키워갔습니다. 스님들은 그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고 그 결과 천주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천주교의 최초 도래지가 천진암이 된 것입니다. 천주교가 박해받을 때 그들에게 장소를 제공해준 스님들도 함께 피해를 입었습니다.
천도교가 일어나 박해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재우 선생이 동학을 선포하고 몸을 피해 남원 덕일암에 은거할 때, 덕일암 주지스님으로 계시던 혜월선사께서 본인 거처의 옆방을 제공하셨고, 최재우 선생이 그곳에 머무르는 6개월여 기간에 천도교의 주요한 경전들이 기술되었습니다. 그 후 최재우 선생께서 경주로 돌아가 체포되어 순교하셨는데, 거처를 제공하고 보살펴드린 혜월선사께서도 승려의 자격이 박탈되는 치탈도첩을 당하고, 사찰 안에 연금되셨습니다.
신흥종교가 자리를 잡을 때 이웃종교의 도움을 받은 역사의 예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 뿌리를 내릴 때는 그 곳에 터를 잡고 있던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각 종교는 자기종교의 수난만 얘기할 뿐, 이런 도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까 박남수 교령께서 말씀하신 최재우 선생의 제자는 손병희 선생이시고, 혜월 선사의 제자는 백용성 스님이십니다. 3.1독립운동이 종교인들의 연합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승들의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주류종교였던 천도교의 손병희선생은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인구 1%미만의 작은 종교인 개신교와 함께 독립운동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용성스님께서 나라를 되찾는 것은 모든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이를 받아들인 천도교가 개신교에 당시 돈으로 5,000을 재정지원까지 하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하였습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이렇게 종교가 서로 협력하였습니다.
이제는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된다’는 성경 말씀처럼 천도교와 개신교의 영향력이 바뀌었습니다. 최대종교였던 천도교는 소수종교가 되고 100년 남짓한 개신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종교가 되었습니다. 개신교 여러분께서 이런 역사를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용성스님께서 감옥에 계실 때 한글로 된 성경을 보고 자극을 받아, 감옥에서 나와 처음으로 불경의 한글 번역본을 제작하셨습니다. 또한 교회의 찬송가에서 착안하여 어린이법회도 만드셨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불교의 현대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웃 종교로부터 도움을 받은 셈이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종교간에 서로 배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저는 불교의 신앙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고통받는 민중에 대해 사회적인 참여와 실천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강원령목사님을 뵙게 되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종교의 사회적인 참여와 그 속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도움을 얻으며 그분을 스승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세력이 크고 재정이 넉넉하고 권위가 있다고 거기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웃 종교와 협력하며 서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100년 전에는 미미한 세력의 신흥종교였던 개신교가 크게 부상하고 천도교가 이렇게 축소될지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은 거대한 기독교가 언제 몰락할지 작은 신흥종교가 언제 부상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각 종교가 서로 협력하고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교인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자기 신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스스로 자기 신앙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북한이 폐쇄정책을 펴는 것은 자신감이 없어서인 것처럼 말이지요. 자신감이 없을 때 자꾸 착안을 하게 되고 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개신교가 사회의 주류가 된 만큼 자기 종교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종교에 대해 포용성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각 종교가 서로 포용하며 협력하고, 남한 내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북한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더 나아가 통일 후에는 일본까지도 넉넉히 껴안아서 동아시아가 공동체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불교든, 천주교, 개신교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로부터 멀어집니다. 종교인들이 다 힘을 합해 연구해도 젊은이들을 영적으로 지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종교가 서로 분열하는 것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중 누가 주도권을 가지느냐가 쟁점이어서는 안됩니다. 종교 자체가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사회에서 각 종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통일의 시대가 임박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는 임박했는데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통일이 도래할 경우,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통일을 이루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말고, 통일이 우리 국민과 나라에 희망과 행복이 되도록 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의 시급성을 깨닫고 우리 종교계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