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
                                                  -성서적 관점에서-





                                                                                           김 윤 희 교수
                                                                (한복협 중앙위원, CCC 상근이사)






        재난이 닥칠 때마다 목사님들의 설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시면서 '심판론' 또는 '재난 저주론'이 고개를 든다. 심판과 죄의 인과관계의 무거운 설교로 재난 당한 자들에 대한 심판과 우리의 회개까지 이끄시면서 설교를 마치신다. 이 글의 논점은 '과연 현대에 일어나는 재난과 하나님의 심판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답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논거로 세 가지의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우리는 조건적 언약 하에 있지 않다.
        저주와 축복으로 유명한 레위기 26장과 신명기 28장에서 주목해야 할 구절이 있다: "그러나 너희가 내게 청종하지 아니하여 이 모든 명령을 준행하지 아니하며 내 규례를 멸시하며 . . .  내 언약을 배반할진대 내가 이같이 너희에게 행하리니 곧 내가 너희에게 놀라운 재앙을 내려 . . . " (레 26:14-16); 비슷하게 신명기 에서도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여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를 것이니" (신 28: 15). 이 구절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시내산 언약의 조건인 모세의 율법의 준수사항을 어겼을 때에 그들이 치루어야 할 대가이다. 즉, 그들이 율법을 준행하지 않을 때는 거기에 해당하는 저주를 다양한 형태로 하나님께서 일종의 징벌로 주실 수 있는 조항이 언약 속에 들어있고 그것이 체결된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율법 하에 살고 있지 않으며 시내산 언약의 조건을 하나님과 체결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앙에 대해서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직접적 '심판'의 잣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

2. 재난을 심판으로 사용하실 때는 거기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신다.
        위와 같은 언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실제 하나님께서 재난 또는 재앙을 도구로 사용하실 경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의도를 분명히 밝히신다. 즉, 애매해서 알기 힘들게 놓아두시지 않고 의심의 여지없이 하나님의 역사이심을 확실히 하신다. 예를 들면, 이집트에서의 10가지 재앙도 모세를 통한 경고와 함께 이것이 하나님의 '이적과 기사' (신 34:11-12)였음을 분명히 하신다. 사사기에서의 전쟁도 그들의 죄를 심판하기 위함임을 사사기 서론에서 말씀하신다 (삿 2:14-15,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사 노략하는 자의 손에 넘겨 주사 . . . 그들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의 손이 그들에게 재앙을 내리시니 . . . ").
        엘리야 시대의 기근도 바알신과의 전쟁에서 누가 진정한 신인지를 보여주시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다 (왕상 17:1). 엘리사 시절의 기근도 마찬가지이다 (왕하 7:1). 아모스서에서도 '지진 전 이년'에 아모스가 받은 메시지라고 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지진을 자신의 메시지와 연결시키며 '땅이 떤다,' '하나님께서 땅을 만져 녹게 하신다' (8:8; 9:5; 비교 6:11; 9:1)의 표현으로 지진을 심판의 경고로 예고했다. 먼 훗날 포로기 이후에 (200년 이상이 지남) 쓰여진 스가랴에서도 "너희가 그 산 골짜기로 도망하되 유다왕 웃시야 때에 지진을 피하여 도망하던 것 같이 하리라"고 하면서 아모스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자신의 메시지와 연결시킬 정도로 그 지진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아모스는 바로 그 지진을 겨냥해서 심판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2년후에 실제 지진의 성취는 확실히 그의 말씀의 권위를 더했다. 그 지진은 분명 아모스의 메시지를 성취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재난 또는 자연적으로 일어날 지진을 예언으로 사용하신 하나님의 도구이자 개입이셨다.
        학개서에서도 포로기 이후에 돌아온 백성들이 하나님의 전을 짓는 것을 게을리 하자 하나님께서 재앙을 이용해 그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신다: "그러므로 이제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니 너희는 너희의 행위를 살필지니라 너희가 많이 뿌릴지라도 수확이 적으며 먹을지라도 배부르지 못하며 . . . " (학 1:5-6). 이것도 학개선지자를 보내서 백성들에게 왜 그들의 상황이 이렇게 힘든지 이러한 재앙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연결시켜 줌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여 성전을 짓게 하신다.
        재난, 특히 자연적 재난들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때는 이것을 특별간섭으로 분류한다. 즉, 이러한 이적과 기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능력과 권능을 나타내시기 위한 특별간섭이며 때로는 기적의 형태로 분류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통해서든 꿈으로 현몽해서든 그 분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시는 특징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그러한 것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잘못하면 자연재앙을 각자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오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정정치와 언약관계에서 하나님께서 하시던 것을 현대에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오류의 위험이 큼을 인식해야 한다.

3. 재난이 심판이 아닌 성경의 사례
        느헤미야가 성전을 보수할 때 그렇잖아도 원수들이 괴롭히는 바람에 힘든 상황가운데서 설상가상으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밭과 포도원을 저당잡히고 자녀를 종으로 팔고 그 고통으로 부르짖고 원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때에 백성들이 . . . 크게 부르짖어 . . . 원망하는데 . . . 이 흉년에 곡식을 얻자 하고" 느 5:1-3). 이것은 하나님이 의도적으로 그들을 '더 힘들게 하려고' 또는 '정신차리라고'주신 재앙이 아니라 자연적인 흉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것 때문에 느헤미야는 긴급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
        신약으로 가서 누가복음 13장에 중요한 관점을 예수님께서 가르치신다. 열 여덟명의 사람들이 실로암에 무심코 서 있다가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사건을 말씀하시면서 '그들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의 요점은 어떤 사람들의 죽음의 여부를 보고 그 사람의 의로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재난 심판론'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거기에 대한 관점을 고쳐주신 것이다. 그들이 죄가 많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4. 재난에 대한 우리의 자세
        현대의 재난에 대해서 '하나님의 심판론'을 연결시킬 수 없다면 그러면 우리는 재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대두된다. 2004년도 서남아시아 최악의 지진 해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전역을 휩쓸었으며, 특히 도호쿠지방 태평양해역 지진으로 일본을 덮친 2011년도의 지진 해일이 원자력 발전소까지 덮쳐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초유의 사태는 지금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이에 대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이다,' '푸켓은 향락의 도시라 구라파 사람들이 많이 왔다가 죽었는데, 예수 제대로 믿는 사람은 하나도 안 간다,' '예수 믿으라는 경고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위에 지적한 대로 적절치 않다. 재난을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도구로 사용해 오셨을 지라도 현대의 이러한 상황을 보고 마치 선지자처럼 정확한 'why'라는 질문에 신학적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 '이러한 대 재앙을 보고도 그냥 자연 현상이라고만 말하라는 말이냐' 또는 '신학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의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올바른 우리의 자세에 대해 몇 가지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재난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려 하기 보다는 다음의 일들을 우리는 Action point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첫째, 산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라. 위에 언급된 누구복음 13장에서 예수님께서 교훈으로 주신 것은 5절에 나와 있다. 즉,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는 교훈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이 말씀은 죽은 사람에 대해 심판론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함을 경고하신 것이다. 죽음은 어떻게 죽든 누구나 한번은 당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회개하는 자만이 올바른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음을 가르치신 것이다. 즉, 회개하는 자에게 만이 하나님의 왕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심판을 면하려면 회개와 열매 맺는 삶 (연속해서 누가복음 13:6-9은 열매 맺는 삶이 요구됨을 말씀하신다)이 있어야 함을 경계시킨 것이다. 즉, 재난으로 죽은 사람에 대해 신학적 심판론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숙연히 보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으로 삼으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둘째, 피해자와 하나님의 관계에 맡겨라. 남의 고통을 보면서 '재난 저주론'을 제 삼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기 보다는 피해를 당한 당사가 각자가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발견하도록 맡겨 두어야 한다. 이것은 그들 고유의 영적인 관계와 성숙도의 문제이다. 어떤 이들은 살아남은 것에 대해 은혜로 받아들일 것이고 어떤 이들은 징계나 경고로 받아들여 회개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의 길을 발견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신을 원망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일반계시 속에서의 교훈들을 한 가지 색으로 일반화하여 칠해 버리는 선악판단적 흑백논리해석은 뒤 짚어 생각하면 하나님의 은밀히 계획된 역사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셋째, 무조건 사랑하라.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웃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위로하고 그들을 섬기고 사랑함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적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재난이야 말로 죽음을 부활로 승화시키신 십자가의 복음이 가장 강력하게 다가갈 수 있는 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의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넷째, '다스리라'는 책임을 다하라. 재난에 대해 어떤 분은 '신은 옳은가'라는 신정론적 질문보다는 '인간이 옳은가'라는 인정론적인 질문을 하라고 지적했다 (현요한). 생태계 파괴와 기술문명이 야기한 인재로 인한 재난들에 대해 최근 대두되는 'eco-theology'나 '창조-환경신학'의 조명은 올바른 방향이다. 현대의 재난들은 하나님의 간섭이 아니라 인간이 자초한 것이 많이 있다. '잘 다스리라'는 창조명령을 어길 때에는 거기에 대가가 따름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종말론적 관점의 끈을 놓지 말라. 마태복음은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니리 이 모든 것은 재난의 시작이니라" (마 24:7-8)고 마지막 때의 증상을 기록하고 있다. 마태복음에서는 자연재난 만이 아니라 세상 끝에 있을 많은 다른 징조들도 함께 말씀하셨다. 복음 때문에 박해와 핍박도 받을 것을 말씀하셨다. 피조물의 이러한 현상은 로마서 8장에서처럼 그들도 함께 신음하며 고통에서 해방의 때를 기다리는 몸부림의 일부이다. 그러기에 자연 재해를 보면서 종말의 때를 살피며 복음을 전하라는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것이 재난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