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 한국교회의 희망
                          



손 인 웅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덕수교회 담임)




  작은 교회는 정말 작은 교회인가?
  ‘작은 교회’라는 표현에는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다. 크신 하나님을 모신 이 땅의 교회가 사람들의 눈에 비쳐진 외형적 크기에 따라 크고 작다고 감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큰 것을 따르고자 하는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주님은 분명히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18:20) 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와 ‘큰 교회’라는 외형적 크기에 따른 분류로만 한정지은 채 극단적으로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공교회로서의 신앙고백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작은 교회’와 ‘대형교회’ 모두 사명과 역할론적 입장에서 현 시대의 작은 교회들의 위기론에 대한 고찰해 보는 것에서 권면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대형 교회는 섬김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
  먼저 대형교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형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대형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외면했거나 그들에 대한 기대에 훨씬 부족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섬김의 정신’을 따라 마땅히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겨야 했음에도 크고 성장한 그 사실 자체를 축복으로만 여기고, 정작 그에 따른 공교회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대형교회는 적잖은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이미 수 십개의 작은 교회들이 있는 지역에 대형교회의 지교회를 설립하면서 작은 교회의 성도들이 대형교회의 지교회로 수평이동하고, 이로 인해 지역의 작은 교회들의 상당수가 교회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주님은 크고 높아진 것에 대해 물으시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1)고 말씀하시며 섬김에 대해 물으셨다. 이 질문은 교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대형교회는 자신들에게 주셨던 축복과 은혜를 작은 교회들과 나누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해 왔는지 돌아보아야만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대형교회들이 이러한 공교회적인 입장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사회와의 건강한 관계들을 염두해 두고 사회봉사와 나눔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점은 다행한 일이라 여겨진다.

  작은 교회는 적은 일에 있어서도 충성을 다하는가?
  다음으로 작은 교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그렇다면 작은 교회는 무조건 실패하거나 또는 무조건 보호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주님은 달란트 비유를 통해 충성과 헌신의 정도에 대해 물어 보셨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25:21)라고 말씀하셨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책망 받은 것은 그가 한 달란트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주인이 준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들이 대형교회와의 크기에 따른 상대적 비교의식 속에 박탈과 자괴감에 빠진다면 주께서 각 교회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일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아무리 성도의 수가 적은 교회라고 할지라도 교회 사역의 목표로 오로지 교회성장만을 추구한다면 이 역시 섬김의 정신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던 대형교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심는 이와 물 주는 이’가 하나(고전 3:5-9)라고 고백했던 바울처럼 각자의 역할에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며 작은 교회 또는 중형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장점과 비전을 찾아 그 사명을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기독교와 불교,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가톨릭교회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가 가톨릭교회 제도와 조직관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수많은 교단과 교파로 나뉘어진 채 개교회주의로 계속 나간다면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협력하며 일체성을 유지하고, 교회 안의 작은 교회 등의 공동체성을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교회가 저성장 시대의 희망이다.
  교회 성장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성장 이후’의 대안적 목소리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기 쉽지 않다. 고성장(高成長) 시대를 지나 저성장(低成長) 시대에 접어든 것은 비단 사회∙경제적인 면만 아니라 교회 역시 해당한다. 몇 몇 교회의 눈에 띄는 성장은 가능할지 모르나, 70-80년대처럼 예배당을 크게 짓기만 하면 성도들이 몰려드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저성장 시대에 작은 교회가 한국교회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현실 가운데 처한 한국교회는 어떠한 희망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맞춘 교회의 소명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 불룸하르트 판넨베르크가 그의 저서 ‘사도신경’에서 ‘교회가 자신의 내적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좁은 틀을 뛰어넘어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미래와 관계될 경우에 자신의 세계적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또한 전 인류를 향한 교회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고 했던 방향제시를 한국교회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두에 밝혔던 바와 같이 교회는 결코 외형적 형태에 따라 ‘큰 교회’와 ‘작은 교회’로 구분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의 증언 공동체인 것이다. 비록 그 수가 적을지언정 큰 사명을 감당한다면 그 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큰 교회임을 잊지 않아아 하겠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계 3:8)라며 주님의 칭찬을 들었던 빌라델비아 교회처럼 이 시대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며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세워나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는 이 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