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정신과 종교인들의 소명








김홍진 신부(천주교쑥고개교회 주임)

  




  1. 들임 말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고 올바로 읽어내는 작업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내일을 설계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약의 유다인들은 하느님께 대한 자신들의 배신과 탐욕의 부끄러운 역사를 왜곡 과장하지 아니하고 반면교사로서의 역사를 성서를 통하여 되새기고 있다.
  93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서울 인사동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명이 주도한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탑골공원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비폭력 저항의 신호탄이 되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1919년 5월까지 줄기차게 계속되었다. 연 집회횟수 1,542회, 집회 참여인원 200여 만 명을 기록하며 평화적 시위를 전국적으로 전개하였으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사망 7,500여명, 부상 16,000여명, 투옥 46,000여명의 희생자들을 내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3·1운동의 목적은 국권회복과 민족자주에 있었기 때문에 3·1운동이 비록 일제의 무력탄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우리의 뜻을 평화적으로 국내외에 개진하였다는 중요한 의의를 남기고 있다. 삼일운동의 민족정기는 그 후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조직된 항일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초가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근대 시민혁명 의식과 자주 독립국가의 수립, 민족의 통일을 위한 민족정신으로 오늘날까지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이러한 삼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곳곳에서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그 날의 행사들이 진정 3.1 만세운동의 정신을 본받고자 새롭게 다짐하였던 시간들이었던가? 그러한  의미에서 삼일운동의 정신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이 땅의 종교인으로서의 소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것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2. 삼일운동의 정신과 그 의의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침탈된 후 일제는 독립운동가 검거, 언론 폐쇄, 종교 탄압, 신사참배 강요, 군대식 제복 착용 등 무단통치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외치자 우리 민족 지도자들도 민족의 독립을 대내외에 요구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때 고종이 갑자기 별세하자 일제가 독살하였다는 소문이 퍼져 온 국민은 일제에 대한 적개심으로 크게 동요하였다. 이에 1919 년 3월 1일 민족의 선각자들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이를 선포하여 삼일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운동은 비폭력 저항의 형태로서 민족의 강력한 자주 독립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게 되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신분의 귀천, 종교, 직업, 빈부의 격차를 뛰어넘는 국민의  총체적 저항운동이었다. 또한 동양의 평화 건설을 위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으며 온 겨레가 하나 되어 민족정신을 굳건하게 하였던 계기가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체계적 독립운동의 필요성에 의해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었다.
  삼일운동은 후에 독립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독립군, 광복군을 통한 무력항쟁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으며, 당시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신음하였던 같은 처지의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여러 민족에게 커다란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하였던 운동이었다.

  3. 반성과 소회

  삼일운동의 가장 커다란 목적이 조선의 자주독립 선언이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물론 대한민국은 U.N에 가입한 자주 독립 국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한민국은 자주 독립 국가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FTA로 말미암아 경제주권 및 사법주권이 침탈될 위기에 있으며, 올해 미군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하였던 전시작전권을 아무런 고민 없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내맡기고 있다. 전시에 국군에 대한 작전권이 이 나라 대통령에게 있지 않고 이 땅의 주둔군 사령관에게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또한 내면적으로 고찰해 볼 때 사대주의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우리말과 글 사용에 우리 스스로 너무나 생각없는 모습은 과연 자주 독립을 외칠 자격이 우리게 있는지 심히 의심이 든다. 각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계, 학계, 재계 등 곳곳에서 무국적 외래말의 사용이 거침없이 사용되고 있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무리들의 공통된 분모인 정신세계의 테두리이다. 그런 경계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민족의 자주 독립을 외쳤던 선각자들을 욕되게 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 저으기 궁금하다.
  삼일운동은 조선의 모든 백성이 신분, 종교, 직업, 빈부의 격차 없이 참여했던 모두가 하나됨의 항거였다면,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1%와 99%의 양극화와 남북의 분단의 현실은 결코 삼일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재벌기업들의 기업책임윤리 실종, 부의 재분배 불균형 등은 민족의 하나됨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전쟁마저도 불사하겠다는 극우세력의 광신적 준동, 평화의 섬 제주에 불법, 편법, 강압에 의한 해군기지의 건설 등은 식민지 침탈세력에게마저도 평화정신을 보였던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자 적시하고 있으며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때문에 삼일운동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땅의 역사는 민주 공화제를 찬탈하였던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유신독재, 군부독재로 이어진 친일세력이 주도했던 비극의 역사였으며, 그것은 오늘날 이 땅에서의 그 아류들의 행태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뼈 속까지 친일, 친미라는 자기 고백의 추한 입들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친일세력을 옹호하고 있으며,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폄하하면서 교과서 개악을 통한 역사왜곡 작태를 서슴없이 보이고 있다. 이 어찌 합리적 이성의 행위이란 말인가? 쿠테타에 가담하였던 역적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있으며 이런 이들이 삼일절 기념식에서 삼일정신 계승을 운운하고 있으니 이 어찌 선열에 대한 모독과 배신이 아니겠는가?

  본인은 작금의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 하여 퇴색되어 가고 있는 삼일정신을 오늘의 우리와 후손들에게 다시금 올바르게 각인시키고자 이 땅의 제위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다음과 같이 삼일정신 계승 운동을 전개하고자 제의한다.

  하나,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 운동 및 무국적 외래어의 사용 배척 운동

  둘, 사법주권, 군사주권, 경제주권 되찾기 운동

  셋, 한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정의, 평화운동

  넷, 이 땅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올바른 나라 세우기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