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신을 이어 받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






<녹취>



  오늘 제 93회 삼일절 기념일을 맞이해서 이렇게 많은 목사님들, 신부님, 교무님, 성도사님, 스님들과 함께 그 때의 삼일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게 돼서 정말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세 가지 정도 간단하게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첫째는 삼일 독립 정신이 무엇이었는가?
모든 국민이 길거리에 와서 대한독립 만세를 불렸는데 대한독립의 내용이 무엇인가, 처음에 의논할 때는 조선왕조를 부흥시키자는 주장도 있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한 제국을 부흥시키자, 대한 제국을 회복하자는 운동도 있었는데, 우리 민족 대표들은 이 운동이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는 운동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운동이기 때문에 대한 제국 부흥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 운동이 되어야 한다. 지난 시대는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었지만 새로운 시대는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다, 그래서 대한제국 부흥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 독립 만세 운동이었다.

그러면 왜 나라이름을 대한민국이라고 우리가 짓게 되었는가?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나오게 되었고 대한제국은 조선왕조가 청나라에 국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청말에 우리가 청나라로부터 완전한 국권회복을 하자 해서 독립협회를 만들고 독립문, 독립신문을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운동을 해서 결국 고종 황제가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를 선포한 것이 대한제국이었습니다. 대한제국은 조선왕조를 계승해서 나온 것이고, 조선왕조는 역성혁명이라고 해서 고려왕조를 계승해서 세운 나라입니다. 고려왕조는 건국이념이 '우리는 고구려를 계승한다' 해서 나라이름도 고려라고 했습니다. 고구려의 건국이념은 고주몽이 하나님의 아들인 해모수의 아들이다 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여를 계승한 국가다. 부여의 창시자인 해모수는 나는 단군의 아들이다 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부여는 단군 조선의 계승자입니다. 조선을 건국한 단군은 나는 환웅의 아들이다 라고 했기 때문에 조선은 환웅의 배달나라의 계승자입니다. 배달나라의 창시자인 환웅은 나는 하나님인 환인의 아들이다 라고 했기 때문에 환인의 나라가 한나라입니다. 한이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크다는 뜻, 밝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대한 할 때 한 자는 지금 한문으로 표기하니 그렇게 되었지 원래 뜻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 가장 밝은 나라라는 뜻입니다. 거기에 다시 또 크다 라는 뜻을 붙여서 대한이다, 크고 큰 나라다, 크고 밝은 나라다 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할 때, 유구한 역사가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신 환인의 한 나라에서 그 아들인 환웅이 이 땅에 내려와서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한다 해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정신과 그리고 하늘에서 이루어진 뜻이 하늘에서도 이루어진다는 뜻에서 '제세이화' 이 두 가지 목표로 건국한 나라가 바로 배달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동북지역, 만주지역에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배달나라고 이것이 지금부터 육천년 전이었고 이것을 기념해서 개천 하늘이 처음 열렸다. 많은 분들이 홍익인간 제세이화를 단군의 건국 이념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지상에 세운 첫 번째 나라, 배달 나라의 건국이념이고 그 뜻이 조금 허물어졌을 때 그 뜻을 계승한 단군이 이 뜻을 다시 부흥 시킨 것이 단군의 조선나라이다. 이런 면면한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난다 라는 말을 하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호가 어떻게 계승되었고 왜 우리가 대한민국만세를 불렀는지를 바르게 아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립운동의 주체가 누구였느냐?
조선조 오백년 동안 국록을 먹고, 국가의 이익을 먹고 살아온 삼정승, 육판서, 지방의 관찰사, 수령, 방백, 그 누구도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선조 오백년 동안 척불이라고 해서 철저하게 종교적으로 탄압받은 불교인들이, 그리고 종교가 이 땅에 들어오자마자 순교를 시작한 천주교인이, 그리고 교주가 사형을 당하고 온갖 핍박을 받았던 동학 천도교들이, 그리고 이 땅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던 개신교인들이, 오히려 온갖 혜택을 받았던 기득권 세력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나라로부터 핍박만 받았던 사람들이 나라를 잃고 나니까 가장 앞장서서 나라의 독립을 주장했습니다. 온갖 혜택을 받던 기득권 세력들은 도망가기 바빴고 제 살기 바빴고 침묵했고 오히려 친일에 아부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백성이 주인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새로운 통일 운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정치 지도자나 공무원이나 이 땅에서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고 보호를 받았던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정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통일 운동의 주체가 될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을 우리에게 예시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라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핍박 받던 사람들이 정작 나라를 잃게 되니 주인된 자세로 일어나서 자기 재산을 버리고 자기 목숨을 버리고 가정의 희생을 무릅쓰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라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초엽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시대의 과제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이었습니다. 그러면 21세기 초엽에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겠느냐. 그것은 나라의 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운동이다.

일제 시대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시험을 쳐서 검사도 되고 판사도 되고 군수도 되고 또 열심히 선교해서 교회도 세우고 기업도 일으키고 학교도 짓고 했습니다만 그 때의 성공이 독립이 되고 나니까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거꾸로 친일 인명사전에 오르는 실패한 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개인의 성공이 시대를 읽지 못하면 개인의 성공이 어느 순간에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데서 진정한 성공은 개인이 열심히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일의 방향이 시대적 과제와 일치 할 때만이 성공이 지속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이 종교인들이 왜 정치에 관여를 하느냐 그렇게 해서 범법자가 되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고 폐가 망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독립이 되자 오히려 그들은 진정한 애국자로, 실패자가 다시 진정한 성공자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훈을 생각한다면 분단이 된 이러한 상태에서 전쟁의 위험이 있는데도 평화를 도모하지 않고 북한의 이천만 동포가 굶주려 죽는데도 외면하고, 탈북자들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북한 동포들의 침해된 인권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절 짓고 교회 짓기 바쁘고 자기의 개인 출세에 바쁘다면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는 성공으로 보일지 몰라도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이것은 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실패한 자가 통일 이후 성공한 자로 평가 될 수 있고, 지금 성공한 자가 통일한 이후 패배자로 평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종교인들이 개인의 생활에 충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에 우리가 얼마나 함께 기여하고 있느냐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 개인과 단체의 선봉이 되지 않느냐.

여기 신부님도 와 계시지만 천주교인들은 늘 삼일 독립 기념일이 될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천주교인들이 조선 말기에 너무나 많은 핍박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땅에 선교 온 외국 주교들은 신앙만 탄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치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삼일 독립운동을 정치 문제로 봤기 때문에 그래서 또 다시 조선 총독부와 싸워서 희생을 치르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에 교단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신자들이나 신부님들은 많이 참여했지만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독립이 되고 되돌아보니까 그때 우리의 신앙의 자유, 선교의 자유가 소중했느냐, 아니면 민족의 자주 독립의 자유가 더 소중했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오늘 우리가 이러한 과거의 실수를 좋은 경험으로 삼는다면 오늘 우리 선교의 자유나, 교회, 절의 증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민족을 구제하고 민족의 통일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교고 가장 큰 신앙운동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 한반도의 통일을 이룩한다면 그것은 과거 백년,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지금 백년이 지났는데, 과거 백년사를 말끔히 청산하는 운동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 됐을 때만 진정한 독립이라고 말할 수 있지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는 우리는 진정한 독립이라 말할 수 없다. 저 이천만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고 우리가 독립을 말한다면 선조들 보기에 너무나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과거 백년을 말끔히 청산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우리 미래 백년을 새롭게 설계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는 새로운 동북아의 질서에서 우리가 통일하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진로는 너무나 막막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 운동은 미래 백년을 다시 설계하는 운동, 우리의 비전이기도 하고 또 과거 역사를 보면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우리 국력이 약화되서 주변 강대국의 약소국으로 전락했는데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중간국으로서의 국가적 부흥을 도모할 수 있다. 이것은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천년 만에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아주 귀한 천년의 새로운 기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서 각각의 종교를 초월하고 모든 이념을 초월해서 민족의 통일운동에, 삼일운동 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힘을 합해서 이 운동을 추진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면에서 강월령 목사님, 김수환 추기경님을 종교가 다르지만 우리가 스승으로 모시고 존경하며 일을 해 왔고, 여기 계신 어르신들과 함께 삼일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해서 민족의 통일운동을 빠르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여러분 만나 뵙게 돼서 대단히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