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93주년에 생각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박남수







3.1운동 제93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조찬기도회를 가지게 된 점을 축하드리며 또한 이 중요한 자리에서 3.1운동정신을 계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에 대하여 말씀드리게 되는 점을, 천도교인의 한사람으로서는 더욱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민족 정신이 되고 우리 민족의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벌써 93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교훈으로 새겨야 할 정신이 무엇이며 그 정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 우리의 소원인 평화통일을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책무일 것입니다.

3.1운동 정신은 이미 우리 민족의 정신이 된 것은 다시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는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3.1정신은 오늘날 우리 국가의 기본이 된 것입니다.
1910년 경술년 8월 29일의 한일 강제 병합으로,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자랑하던 우리 민족의 문화, 경제, 윤리도덕, 전통적 도의가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2천만 민족은 수난시대에 처하게 되었습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1919년 기미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을 대표로 하여 단일민족으로서 공생동사(共生同死)하자는 염원으로 일치단결하여 궐기한 것이 바로 3.1운동이었습니다.

3.1운동이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33인을 대표로 한 항일독립운동이며 운동의 주체가 특정 단체도 특정 종단이 아닌 전 민족의 운동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3.1독립운동 3대 원칙에서 밝혔듯이 “① 독립운동은 대중화할 것 ② 독립운동은 일원화할 것  ③ 독립운동의 방법은 비폭력으로 할 것”이라고 하여 운동의 성격을 정리하였으며 이 원칙이 세계 만방에 영향을 끼친 비폭력 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운동에서 또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민족의 대표가 바로 종교지도자였다는 점입니다. 민족대표에 참여하게 된 각 종단은 이미 개신교는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그룹과 서울지방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 상당한 단계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불교 역시 지도자급의 스님들이 운동세력을 규합할 방향을 설정하고 또한 천도교는 일찍이 1910년부터 우이동에 봉황각을 건축하여 지방에서 훌륭한 인재를 모아 수련을 시키고, 보성사를 만들어서 인쇄소를 만드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 왔습니다.

그러나 3.1운동의 3대원칙에서 표방한 바와 같이 이 거족적인 운동을 대중화와 일원화하기 위하여 종교 간의 이견도, 개인 간의 이견도 모두 뒤로 돌리고, 민족을 위하여 희생하는 정신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흠모하고 찬양하는 민족의 정신이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공공성을 앞세워 개인의 영화나 자기 종단을 앞세우는 이기심을 불식시킨 것은 오늘날 우리가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아야 할 민족의 정신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3.1운동의 참된 가치는 90여 년 전 있었던 ‘위대한 역사’라는 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3.1운동의 역사와 정신은 오늘도 우리들 개개인과 전 국민들의 가슴속에 살아서 발전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미래의 우리 민족이 세계 일등국민이 되는 길을 가르쳐 줄 미래의 역사이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되새겨 보게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혹여라도 우리 후학들의 행동이 3.1정신을 망각하고 선열들의 정신에 누가 되고 있지 않을까를 돌아보게 됩니다. 심지어 90여년이 지난 지금 운동의 역사를 평가하고 공적을 논하는 자리에서부터 상당 부분 이기주의적 갈등이 나타나는 모습은 두렵기도 한 부분입니다. 민족운동 거사 자금을 모금하기 위하여 전국 각처에서 수만 명의 개인들의 재산을 팔아서 이를 본부로 올려 보낸 그 역사를 보면서 나는 무엇을 반성할까 하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목숨을 서로 내어놓으려고 앞다투어 서명하려 하던 그 선열들의 기록을 보면서 우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개신교의 함태영 선생님의 예와 천도교의 박인호 선생님의 예를 보면 느낌이 바로 올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3.1운동 정신과 교훈은 지금도 유유히 우리를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쉽게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 해소를 위하는 일도 선열들의 성령 앞에 송구함의 참회 반성을 하는 일일 것입니다. 오늘날 종교지도자들이 민족의 지도자 반열이 오를 수 있도록, 온 세상 사람의 존경이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종교인의 사명을 다 하는 일이 3.1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세상을 이끌어 나갈 가르침과 지혜를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민족을 위하는 길이요 세상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3.1운동을 전개하셨던 선열 그 할아버님이 지금 살아계신다면 무슨 일을 하실까요? 전 민족을 일원화 하고 대중화하려는 그 정신이 지금은 어떻게 되살려야 할까요? 일제에 빼앗긴 국권 회복을 위한 조국광복을 위한 민족운동이었는데 세계 유일의 분단된 조국을 보는 그 선열들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에서 통곡하고 계실까요? 만약 지금 이 자리에 계신다면 당장에 호통을 치면서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전 종교인들이 하나 되는 평화통일 운동단체를 결성하라는 명령을 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나간 역사를 거울해서 미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우리들의 운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면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없는 것입니다.

3.1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일된 우리 조국의 건설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평화통일이 되는 날까지 우리 모두 선열들께서 가르쳐 주신 실천적 교훈을 그대로 체행하여, 종교를 초월해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일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